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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373

12월 세월이 참 곱다. 고운 가루처럼 소리없이 스르르 흩어져간다. 이제 2010년도 한 달이다. 1분, 1시간, 하루, 1년. 시간이 그렇게 쉬운 적이 있었던가. 가는 시간의 소리를 들으며, 사라져가는 내 생명의 침묵도 함께 듣는다. 추운 자취방에 앉아, 시린 손을 부벼가며 쓴 소설 한 편. 시린 손에서 쏟아져나오는 자음과 모음들을 잘 여며 문장을 만들었다. 밤마다 시린 가슴으로 썼다. 자꾸 주름이 늘어가는 스승의 얼굴을 떠올리기도 한다. 늘 내가 소설을 쓰길 바란다고, 그 얼굴로 말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글쓰기가 내 천직인 것은 알지만, 현실 또한 내게 버겁다. 대학시절 빠졌던 채만식, 그의 소원은 '닭을 한 세마리 쯤 삶아먹고 원고지를 잔뜩 사서 글을 쓰고 싶은' 것이었다는 말에 하루종일 마음이 무거웠.. 2010. 12. 2.
겨울눈 12시간 넘게 잠과 꿈 속을 헤메다가 부랴부랴 나선 출근길. 밤새 비가 왔는지, 공기는 무채색이었다. 무채색 공기 사이로 목련의 겨울눈이 하나둘 고개 내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세상은, 시간은 절대로 멈추지 않음을 실감했다. 하늘로 태양조차 무표정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양을 두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오늘은 꽤 낭만적이다. 한동안은 이렇듯, 마음도 머리도 무채색일 듯. 2010. 11. 30.
11.23 PM 11 불빛에 젖은 노란 은행잎이 마음에 들었다. 한 30분은 그걸 그냥 보고만 있었다. 마음이 물들어 버릴 것 같았다. 가방엔 깡통 두개가 서로 부딪혀 조잘거리는 소리가 났을 땐, 도청을 지나 지하상가로 들어갈 즈음이었다. 더웠던 마음이 추위에 떨고, 나는 내 나이를 생각했다. 지하상가에서는 누군가 노래를 하고 있었다. 멍하니 서서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냥 내가 바보같다는 생각을 했다. 눈물이 나서 그냥 서서 울었다. 그 뿐이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0. 11. 25.
연필과 선생 책상위를 도그르르 구르는 연필을 보다 덜컥 마음을 놓쳤다. 아직 머리를 다듬지 않은 연필은, 왠지 마음을 설레게 했다. 작은 연필깎기로 머리를 예쁘게 다듬고 누런 여백에 뭔가를 적어내려가면 마음에 사각사각 소리가 새겨진다. 요즘은 왠지 그 소리가 눈물나게 그립다. 천안의 한 학교에서 가난했던 삶을 늘 기억하며 한 정당에 기부했다가 해고당한 한 교사의 이야기가 올라왔다. 그 기사를 읽는 내내 마음에서 사각사각 연필로 글씨쓰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고운 마음이 나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고운 마음은 연약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나는 그 교사가 자기가 가졌던 생각과 사랑을 버리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그리고 이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를 마음 쓰려하며, 이 젠장맞을 구조를 바꾸려면 여전히 더 많은 이들의 .. 2010. 11. 23.
부재 이 세상 가장 큰 눈물은 부재. 아빠가 있던 4월로 가고 싶어서 울었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시간과 사람이 있어 서럽다. 밤이 길고, 차갑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0. 11. 23.
열등감 세상에서 나는 패배자. 그래도 행복하고 싶어. 답없는 고백을 해야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래도. 슬픈 밤이어도, 외로워도.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0. 11. 23.
그럴 수 있다면 할 수만 있다면 이 휘몰아치는 감정을 마른 수건으로 적셔내고 싶다. 감정의 이름없는 물방울을 가득 머금은 그 수건을 마음 밖 베란다에서 쭉 짜네고, 쨍쨍한 햇볕에 꿉꿉해질 때까지 말려 다시 서랍에 넣어두고 싶다.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0. 11. 16.
눈물 월요일 아침, 버스정류장을 향하는 길은 눈부시다. 갓 나온 햇살과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바람은 눈물을 흘리게 한다. 마치, 간 밤 내내 앓았던 슬픔을 게워내는 듯.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0. 11. 15.
금요일 저녁 퇴직금을 정리하다가, 연애 못한지 8년째라는 생각에 빠지다가 김밥을 먹고 떠들다가, 금요일 저녁에 도대체 난 뭘하고 있는걸까 고민하다가 끝에 가서 혼자 커피나 마셔야겠다. 10시에 생일선물 챙겨주겠다는 유부남 죽마고우 집에 가서 와이프가 못 입는 옷 얻어서 집에 가야한다니 더욱 슬프구나. 어제는 책더미에서 툭, 김경주 시집이 떨어졌다. 왜, 떨어졌을까. 빌어먹을 시집. 집에 가면 죽도록 진도 안 나가는 소설 붙들고, 한 글자 한 글자 종이 위에 때려박아 넣을테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2010.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