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1268

그리움 땡볕에서도 마음에 눈물 같은 비를 뿌리는 것. 한가위 달이 봉긋 차오르듯, 그리움도 목젖까지 차오르지요. 그러나 끝내 마음 밖으로는 뱉어내지 못하는 것, 그것이 그리움이지요. 아련하되 손에 잡힐 듯한 느낌. 어디선가 보고 노트에 적어둔 글. 지난 노트를 뒤적거리며, 마음을 흐드러지게-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1. 2. 9.
신을 모르는 시대의 하나님 사실 를 읽다가 허걱하고 덮은 적이 있어서, 읽으면서 조금 겁이 났는데 역시나. 사도신경을 철학과 맞물려 풀어낸 이 책은, 강영안 교수가 실제 교회에서 강의를 했던 내용을 묶어낸 책이다. 교회에서 이런 수준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 총 5강으로 구성되었고, 무신론과 페미니즘(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문제), 고통의 문제, 창조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우리는 이러저러한 주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그 답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오랫동안 피해왔던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대답해 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특히 요즘처럼 신앙을 가졌다는 것이 상처가 될 수 있는 경우에는 더욱. 바른 신앙을 갖고자 노력해온 이들에 .. 2011. 2. 8.
가재미 이 조금 수런수런했다면, 가재미는 깊은 수면 아래를 걷는 듯 읽히는 시들이 많았다. 소재가 만들어주는 이야기 소리는 많이 줄어들었고, 문장이 만들어 내는 잔잔한 울림이 인상깊다. 읽다가 감탄한 시는 . 저 하늘에 누가 젖은 파래를 널어놓았나 파래를 덮고 자는 바닷가 아이의 꿈같이 별이 하나 둘 쪽잠 들러 나의 하늘에 온다 - 문태준 시, 파래를 하늘에 넌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전에 느껴지는 감각이 있다. 바닷가 아이의 꿈과 파래 속에서 별. 머릿 속에 찬 바닷물이 차 오르는 것처럼, 이성보다 앞선 감각의 소리. 내 상상력과 문태준 시의 상상력이 만나는 순간. 시의 상상력은 한계점 없이 날아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소설을 쓰다보면, 형식을 파괴하거나 초현실적인 소재가 아닌 이상은 틀 안에서 상.. 2011. 2. 8.
사랑을 만나게 되는 허겁지겁 허천난 듯해서 사랑을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니다. 결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얻어오는' 마음이 필요하다. 다른 마음을 '얻어오는' 것이 필요하다. 멀어지는 사랑의 뒷등을 볼때서야 나는 그와 사귀는동안 이것이 모자랐음을 알게 된다. 사랑을 잃은 오늘 내 마음을 보아도 다시 얼뜨고 여전히 거칠다. 머잖아 또 망실이 있을 것이다. - 문태준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1. 2. 5.
맨발 문태준의 이 시집에는 '뒤란'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 에도 어머니와 뒤란, 에도 뒤란이 등장한다. 뒤란은 여성과 관련이 있고, 아무도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찾아가는 이는 존재하지만, 그 곳에는 애초에 어떤 사람도 없다. 다만 대나무나 바람이 존재할 뿐이다. 어떤 구조의 '뒤'쪽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찾아가면 보이는 과거의 어떤 기억, 외로움의 앞모습, 공허한 공간으로서의 뒤란. 하지만 누군가를 기다리고, 찾아가는 뒤란. 그의 시는 뒤란 같은 것일지도. 꽤 오래 읽었다. 시의 맛이 자간과 자간사이, 행간과 행간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에 숨겨진 끈을 하나하나 풀며 가는데 있긴 하지만, 뭐랄까 모르는 단어 하나도 없는데 끈의 끝을 찾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아, 가재미도 읽어야 하는데 걱정가득. 애달.. 2011. 1. 31.
꽃 진 자리에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 문태준 시 전문 찬바람 결에, 스치듯 그대를 보다. 당신은 걸어가고 나는 빈의자에 걸터 앉다. 2011. 1. 31.
아큐 - 어느 독재자의 고백 I see my light come shinning. I shall be released. 밥 딜런의 목소리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녹색 운동화를 신은 여균동 감독. 목소리가 우아하시다. 독재를 원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독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향해, 그 사람이 말한다. 독재자의 십자가를 진 명배우가 등장한다. 연극의 꼭지는 권력, 독재자, 민주주의, 죽음, 그리고 앞서 간 이(노무현일까?). 속사포로 대사를 뱉어내는 명배우의 연기력에는 빈틈이 없었다. 표정, 대사를 뱉는 호흡,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 과연 배우는 배우구나 싶게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여균동 연출의 등장으로 중간중간 명계남씨의 갈등과 배우로서의 내면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극적효과도 노렸다. 재미있었다. 재미는 곧 몰입의 정도다. 명배우.. 2011. 1. 25.
브라보 재즈 라이프 마음이 멍하던 어느 일요일, 아주 우연히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냥 내가 극장에 가고 싶던 그 날, 이 영화가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을 툭툭 치고 가는 단어들 때문에, 혈액을 타고 흐르는 재즈의 선율 덕분에 행복했다.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우리나라 재즈 1세대들의 이야기이다. 재즈작곡가인 이판근 선생을 비롯해 김수열(섹소폰), 류복성(드럼/퍼커션), 강대관(트럼펫), 박성연(보컬), 이동기(클라리넷), 조상국(드럼) 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함께 등장하는 그들의 연주,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영화도입에 나즈막히 울려퍼지는 목소리, 음악이 바로 인생이었다는 고백은 충분히 압도적이다. 영화 내내 시선을 잡아끈 사람은 바로 류복성 선생. 그 분은 정말, 자유로운 영혼의 표본이다. 개구.. 2011. 1. 11.
나사의 회전 나사가 조여드는 긴장감, 그 긴장감은 끝 또는 상쾌함 일 수 있다. 나사의 회전을 읽고 난 후의 긴장감도 그렇게 양분된 표정으로 다가왔다. 나사의 회전은 영국의 한 저택에서 가정교사로 일하고 있던 젊은 여성이 유령을 목격하면서 그 집에 유령이 나온다고 확신하고, 자신이 돌보는 순진무구하고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아이들을 유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다. 결말은 비극.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다. 작품은 오직 가정교사의 시선으로 말할 뿐, 객관적으로 판단해 볼 수 있는 다른 시선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 작품을 아쉽게도, 결정적이게도 했다. 단 하나의 시선. 한 여성의 심리를 히스테릭하게 표현하면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것이 .. 2011.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