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문태준의 이 시집에는 '뒤란'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 에도 어머니와 뒤란, 에도 뒤란이 등장한다. 뒤란은 여성과 관련이 있고, 아무도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찾아가는 이는 존재하지만, 그 곳에는 애초에 어떤 사람도 없다. 다만 대나무나 바람이 존재할 뿐이다. 어떤 구조의 '뒤'쪽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찾아가면 보이는 과거의 어떤 기억, 외로움의 앞모습, 공허한 공간으로서의 뒤란. 하지만 누군가를 기다리고, 찾아가는 뒤란. 그의 시는 뒤란 같은 것일지도. 꽤 오래 읽었다. 시의 맛이 자간과 자간사이, 행간과 행간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에 숨겨진 끈을 하나하나 풀며 가는데 있긴 하지만, 뭐랄까 모르는 단어 하나도 없는데 끈의 끝을 찾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아, 가재미도 읽어야 하는데 걱정가득. 애달..
2011. 1. 31.
브라보 재즈 라이프
마음이 멍하던 어느 일요일, 아주 우연히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냥 내가 극장에 가고 싶던 그 날, 이 영화가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을 툭툭 치고 가는 단어들 때문에, 혈액을 타고 흐르는 재즈의 선율 덕분에 행복했다.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우리나라 재즈 1세대들의 이야기이다. 재즈작곡가인 이판근 선생을 비롯해 김수열(섹소폰), 류복성(드럼/퍼커션), 강대관(트럼펫), 박성연(보컬), 이동기(클라리넷), 조상국(드럼) 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함께 등장하는 그들의 연주,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영화도입에 나즈막히 울려퍼지는 목소리, 음악이 바로 인생이었다는 고백은 충분히 압도적이다. 영화 내내 시선을 잡아끈 사람은 바로 류복성 선생. 그 분은 정말, 자유로운 영혼의 표본이다. 개구..
2011.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