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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여기에 눈송이는 그림자처럼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주의 조용한 시골길에서 그렇게 눈을 맞았다. 떠들석한 도시와 사람을 떠나고 싶었다. 2010년의 긴그림자를 조용히, 더 깊숙히. 예수가 바라던 평화가 지금, 이 곳에 그리고 나에게 가득하기를.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0. 12. 25.
공짜밥 가난, 한부모. 낯설지 않은 말이다. 내 어린시절도 다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다른 소원은 없었다. 부모가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 내 손으로 도시락 싸지 않고 싶다, 그냥 남들한테 보이지 않을 만큼만 부자였으면 좋겠다. 딱 세가지였다. 그런 소원은 차라리 상처였다. 가난은 추억도 되지 않고, 기억도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런 기억을 자꾸 늘리려는 현실을 보며 나는 어린시절처럼 화를 내고 있다. 사람을 돌볼 줄 모르는, 차가운 세상이 한없이 추운, 또 다른 어린 시절의 내가 있다는 사실이 두렵다. 2010. 12. 24.
착함을 지킬 독함 사람이 착하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착함을 지킬 독한 것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마치 덜 익은 과실이 자길 따 먹는 사람에게 무서운 병을 안기듯이, 착함이 자기 방어 수단을 갖지 못하면 못된 놈들의 살만 찌우는 먹이가 될 뿐이지요. 착함을 지키기 위해서 억세고 독한 외피를 걸쳐야 할 것 같습니다. 2010. 12. 9.
참된 아픔 삶은 아픔이라는, 우리가 지나쳤던 참된 아픔을 기어이 앓아내야 비로소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전우익 선생의 말이 마음에 닿는 요즘이다. 요즘 나는 내가 일을 핑계로 앓았어야 했던 많은 것들을 피하고 있었음을 알아간다. 상처와 미움, 사랑하는 방법, 기다리는 법. 너무 오랫동안 피해 온 이 감정들을 앓고 앓는다. 답답하고 시린 마음을 밤마다 두드리며 기다림이 힘들고, 외로움에 허기진다고 울어댄다. 울어내야 한다. 피해서는 절대로 아픔을 완성할 수 없다. 그러니 가슴을 펴고, 더 아프자.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0. 12. 9.
이병률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겨울이 되면 춥고, 이불 안에 들어간다. 그리고 피어나는 외로움에 떨다가 가만히 시집을 꺼내든다. 그렇게, 이불 속에서 읽은 시가 얼마나 될까. 트위터에서 읽은 이병률씨의 문장에 끌려 시집을 샀다. 늘 그렇듯, 시집은 사두기만 하고 책장위에 올려둔다. 그리고 외로움이 동할 때, 너 거기 있었냐는듯 아는체를 하며 꺼내 읽는다. 학교 다닐 때, 아니 고등학교에서 문학을 배울 때부터 시는 내게 상처였다. 나는 문을 두드려도, 시의 언어는 내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만약 시가 쉬운 언어였다면, 나는 소설이 아닌 시를 선택했을 것이다. 대학때는 시와 관련된 수업은 되도록 듣지 않았다. 나는 상처받기 싫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시의 언어는 내 안에서 저절로 피어났던 것 같다. 그것은 때로는 소설 속에, 내 .. 2010. 12. 8.
눈이 오면 눈이 오면 시를 읽고 싶다. 그리고 마음을 차곡차곡 포개서 또 상자안에 넣고, 한숨을 쉬며 그래도 살아가자고 생각하면서. 언제까지일까, 이런 겨울은. 2010. 12. 7.
태어날 때부터 삶에 만들어진 틈. 갈라지고 쓰려도 채워지지 않는 그 틈 사이로 바람 한 줄기 들어와 어지럽게 한다. 나는, 그 바람이 반가운 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사랑했던 건지 이러지도 저러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다. 태초에 간격이 있었다. 그 틈은 좁고 메말랐다. 그 틈에 사람이 살지않아 소리가 났고 또 한편으로 적막했다 간격이 여러개 있었다. 간격이 허물어지고 또 헐거워지도록 틈은 자꾸 생겨났다 - 이병률 시 을 읽다가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0. 12. 5.
부당거래 류승완 감독의 영화는 늘 얘기만 들었지 본 적은 없었다. 왠지 폭력적이거나 씁쓸하거나 둘 중 하나인 영화만 내와서 그랬다. 안 그래도 피곤한 심신인데 말이지.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는데, 볼만한 영화가 이 것 밖에 없어서 선택한 부당거래. 음, 재밌었다. 류승범, 황정민, 유해진의 연기는 흠잡을데 없었다. 마치 정말 검사나 깡패나 된 것처럼 어찌나 캐릭터 소화들을 잘 하던지. 영화의 전체 진행도 잘 짜였고, 적당히 반전도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시달려야 했던 씁쓸함은 역시나 씁쓸하다. 가진 자는 살아남고 살려고 애쓰던 자들은 모두 죽고 마는 현실은, 감독이 너무하다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우리는, 영화에서 희망이라는 것을 보고 싶기도 한데. 일말의 희망조차 없이 오직 가진 자만이 살아남는 이 약.. 2010. 12. 2.
이층의 악당 달콤살벌한 연인을 재밌게 봤다면, 이 영화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좀 더 까칠한 박용우와 좀 더 이상한 최강희를 한석규와 김혜수가 나누어 맡았다고 보면 된다. 두 배우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하고, 착하디 착해 허를 확 찌르는 대사들은 압권. 김혜수는 늘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해 왔는데, 여기서는 엉뚱하기 이를데없어 신선했다. 연주(김혜수분)의 집에서 고가의 찻잔을 찾으려는 한석규의 노력이 그 집안 상황과 엉키면서 눈물겹게 그려진다. 지하창고에서 며칠을 보내는 일이나, 원치 않게 애인관계가 되고, 유럽연합 기준으로 딸을 학교에 보내도록 종용하며, 연주를 출근시키려는. 아직도 귀에 남는 그 대사. 연주씨, 출근해야해요. 출근하는거예요~ 영화에서 캐릭터가 주는 재미를 다양하게 보여주는 것도 영화의 .. 2010.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