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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아말리아 읽는 내내 꽤 곤혹스러웠다. 이걸 더 읽어나가야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한없이 정체되어 있는 안 이덴의 삶이 와 닿지 않았던 것은, 지금 내 삶의 어떤 부분과 어긋나서 였을까? 조각조각난 문단들 사이에 내가 이해하지 못할 구멍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도, 의미도 조각조각 이었다. “그녀는 지아 아말리아의 집을, 테라스를 만(灣)을, 바다를 열정적으로, 강박적으로 사랑했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모든 사랑에는 매혹하는 무엇이 있다." 아말리아의 집은 그녀에게 '보루'같은 것이길 바랬을지 모르겠지만 그녀에게 보루는 없었다. 한없이 떠도는 먼지처럼 그녀는 어디에든 묻어 살고 싶었지만 지나친 집착으로 불안을 만들어냈다. 그런 삶은 또 다른 형태의 불안 - 아끼던 이들의.. 2012. 6. 8.
그 물가에서 그 물가에 갈 수 없으므로 그 물가를 생각한다 그 물가에 선 생각을 하고 그 물가의 풍경을 생각한다 외롭고 쓸쓸한 밤이다. 본래 나의 것이었던,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그런 밤이 또 깊어간다. 2012. 6. 3.
한 주 내내 고민하던 일들은 사실 2년을 고민하던 일이었다. 언젠가는 이렇게 또 될 줄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쩌면 책임을 완벽히 미루고 나는 뒤로 빠져있거나 그냥 넘어가거나 했겠지. 이제와 생각하면 그래서는 안될 일이었다. 그리고 또 드는 생각은 내가 많이 지쳤다는 것. 그럴수록 내려놓자. 모든 일은 순리대로 될 것이고 나는 그 순리에 맞서 판단하면 될 일이다. 일희일비하지 말자. 2012. 5. 10.
청양 장승리 고분군 문화재 보존을 공부한 남친을 둔 덕에 데이트는 주로 문화재 관람을 하고 계시는 요즘. 재학시절, 발굴작업에 참여했다던 청양을 가보고 싶어해 길을 나섰다. 도로가 생기면서 위치가 가물가물하다고 하셔서 찬찬히 짚어보며 가자고, 직접 운전하며 모셔다 드린 이 곳. 청양에서 보령으로 넘어가는 외곽도로가 생기면서 고분군은 도로가에 황량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최근의 무덤데이트(?) 코스 중 가장 초라한 무덤들이었지만 그 사람에겐 참 특별한 무덤들이겠지. 요모조모 설명하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열심히 질문도 해주고 얘기도 들었다. 덕분에 굴식돌방무덤이 어떤 형태인지도 알았고, 영 젬병인 역사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아가는 중. 기념사진까지 한 장 박으신 후에야 신나는 얼굴로 '히히' 웃는 남친을 보니 왠지 뿌듯했다. 뭐랄까.. 2012. 4. 29.
꽃구경 2012. 4. 15 잠깐 꽃구경 2012. 4. 16.
총선 결과에 담긴 국민의 명령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했고 야권이 '패배'했는가? 선거의 결과만 놓고 보면 새누리당이 이기고 야권이 진 것이 분명하다. 여당 스스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은 성적표를 받았다고 볼 수도 있다. 야권이 호기롭게 기대했던 것보다 초라한 점수를 받았다고 자책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개별적으로 아쉬운 점이 여러 군데 있었고 진보신당과 녹색당의 부진도 너무 애석하다. 모든 언론과 논평가들은 박근혜의 능력과 야권의 무능함을 지적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분위기가 이러하고 엄정한 자기비판을 반드시 해야 하겠지만, 한번쯤은 정반대로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선거를 평가하는 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특정 시점에서의 양적 결과로 볼 수도 있고, 시계열상의 추세로 판독할 수도 있고, 상징성과 의미로 해석할 수.. 2012. 4. 13.
NO BUY 100일 소위 연애라는 것을 하기 시작하면서 가졌던 불만이 하나 있었다.함께 있기 위해서는,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돈을 쓸 수 밖에 없다는 사실.매번 만날 때마다 만원씩, 이만원씩 내는데 서로 형편이 좋은 편은 아니라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었다.나는 여성근로자 아파트에, 남친은 부모님과 함께 사는 처지라 집에서 차마시고 밥 해먹기도 어려운 상황.분노스러웠다, 돈을 써야만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리고 이틀 전 100일을 맞아, 이 나이에 100일 맞이 꼴값을 떨어보기로 했다.돈 한 푼 쓰지 말고 우리끼리 멋지게 100일을 기념하자고. 그래서 우리는 산호여인숙 베란다를 빌렸다. 주인님이 촛불과 꽃 화분도 예쁘게 준비해주셨다.그리고 각자 할 수 있는 악기가 있으니 서로에게 들려주고 싶은 연주를 .. 2012. 4. 12.
무제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정말 '작은 실수'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2012. 4. 3.
감동 1.사무실 건물 앞집에 흰 개가 한 마리 살고 있었다. 내가 9년째 여길 오가니, 그 아이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그 집 개로 묶여있었을 것이다. 그 개가 담을 훌쩍 넘어 탈출한 모양이다. 옆집을 원룸짓겠다고 헐어내는 바람에 담이 낮아졌기 때문이다.개는 집 근처를 떠돌고 있다. 어디 멀리 가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주인이 들어오라고 해도 들어오지 않는단다. 또 묶일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이란다. 짐승도 안다. 묶이는 것이 싫다는 것을. 그럼에도 어디 멀리 가지 못하고 집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이 슬프다. 익숙한 곳을 멀리 떠나는 일은 사람도, 짐승도 쉽지 않은 일인 모양이다. 2. 이른 아침 무궁화호, 따뜻한 커피, 전주시내버스 파업, 풍남문, 가족식당, 하나은행, 한지만들기, 제기차기, 전동성당, 경기전,.. 2012.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