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268 흑산 꽤 오랫동안 읽었다. 보다 더 느슨하다. 그래서 처음엔 고전을 했다. 단락단락 떨어지니 이야기가 이어지는 감이 없고 인물은 왠지 흑산의 흑자에 묻혀 버릴 듯 어둡고 잔인한 운명들이다. 천주교에 연루된 정약전과 그의 조카사위이자 조선 천주교회 지도자인 황사영의 삶과 죽음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그들을 둘러싼 마부 마노리, 하급관리인 박차돌, 노비와 어부는 그 시대의 가장 낮은 자들이 보여주는 운명과 삶은 그야말로 어둡고 잔인하다. "주여, 우리를 매 맞아 죽지 않게 하소서. 주여, 우리를 굶어 죽지 않게 하소서”라고 기도하는 오동희의 기도문과 특히 소나무에 세금을 매겨 힘들게 하자 어린 소나무 뿌리를 보는대로 뽑아내는 장팔수의 이야기는 얼음칼처럼 가슴을 차갑게 찌른다. 정약전과 황사영의 다른 선택 또한 인상.. 2012. 3. 21. 잠꼬대 환상속의 그대 오랫만에 들어보고 싶었다. 왜 인지는 모르지만 서태지 노래가사는 잘 안 잊혀진다. 어릴 때 많이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나오면 나도 모르게 줄줄이 따라부르고 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그 때 내 모습을 환멸하던 나 자신을 반성하곤 했다. 나는 왜 못생기고 크기만 한지, 우리 집은 왜 이렇게 살게 되었는지 생각할 수록 현실에 대한, 나 자신에 대한 환멸만이 가득했었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 뭔가 투지가 솟아올랐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어도 환상 속에 그대가 있다고, 지금 자신의 모습은 진짜 아니라고. 피하지 말고 새롭게 도전하라던 그 말이 나를 현실과 싸우게 했다.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생각만으로도 그 현실을 '견딜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그 현실보다 더 나.. 2012. 3. 19. 흔들린 짬뽕 복성루에서 30분 기다렸다 10분만에 먹었던 그 짬뽕. 이럴수가. 흔들린 짬뽕. 이제는 갈 수 없는 그 때 그 시간. 은실아, 보고싶구나! 2012. 3. 13. 탈핵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다 [후쿠시마 핵사고 1주기 전국녹색연합 탈핵공동선언]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사고 중 하나로 기록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1주기를 맞이한다. 녹색연합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우리는 깨닫고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가 자문한다. 우리는 더 이상 후쿠시마에서 날아온 방사선이 나에게, 내 아이에게, 내 주변에 어떤 위험을 줄 것인가를 질문하지 않을 것이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를 바라보며, 그 아이의 장애가 자신들의 탓이 아니라고 절규하는 체르노빌 어느 부모의 고통.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농지임에도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농지를 정리하는 후쿠시마 늙은 농부의 슬픔. 방사능의 추가 확산을 우려한 인간들에 의해 아무 영문도 모르는 채 죽어가는 야생동물이 느낄 공포. 그들의 .. 2012. 3. 12. 자아분열의 때 1. 얼마 전 만난 박후배. 고단한 서울살이와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전에 갔던 고로케집이 생각났다. 무진장 춥던 날, 그 집 찾겠다고 서울바닥을 얼마나 걸었던가. 기어코 찾아서 고로케 두개 시켜놓고 한참 수다를 떨었었다. 그 때도 우리는 고단했던 것 같다. 고단한 생활에서도 우리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놓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면 소설을 쓰기라도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는 헛헛한 욕망을 서로에게 고백해댔던 것 같다. 얼마 전 만났을 때도 우리는 그랬다. 쓰고 싶다고. 그리고 생각했다. 어쩌다 이런 욕망을 갖게 되었는지. 도피로 시작된 글쓰기가 삶이 되어 이제는 버리지도 못하게 된 현실을 공유하면서 또 무작정 쓰고 싶다고 말해버렸다. 지난 소설들을 다시 보며 나는 사실 좌절했다. .. 2012. 3. 2. 하울링 제목이 왜 하울링일까 궁금했는데, 감독이 시인이라 그런지 제목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울부짖음'으로 끝낼 제목은 아닌 것 같다. 늑대개 질풍이에게 입력된 내용은 지극히 객관적이고 단편적인 사실들이었지만, 질풍이에게 출력된 내용의 파장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매매와 포주, 마약, 자본주의의 악순환이 여전히 우리 사회의 음지에서 여전히 존재한다. 성매매-마약-경찰구도, 이미 식상한 이야기가 되어버린 그 구조 안에 늑대개가 있다. 늑대개는 아쉽게도 이야기 중반부에 등장해 애초부터 잔뜩 줄 수 있었던 긴장감을 반감시켰다. 초반부가 너무 느슨했다. 이나영의 연기가 주는 '어쩔 수 없는 느슨한 느낌'을 송강호가 커버하기엔 존재감이 컸다고나 할까. 이나영이 형사로 등장하는 것에 .. 2012. 2. 20. 잡담 산 같은 고요함 : 장일순 선생이 하신 말이란다. 듣기만해도 얼마나 가슴 뛰는 말인지. 들뜬 마음으로 2012년을 지나온 것이 벌써 두달이 다 되어간다. 일상에서 그 들뜬 마음을 고요히 하라고 가차없는 반격이 들어오고 있다. 나를 깨우고 무너뜨리는 것은 작은 실수들이었다. 작은 실수에 또 다시 흔들리는 것을 보니 내가 아직 살아있는 모양이다. 오늘도 부딪치게 되는 나의 실수와 오류들. 무척 무섭고 쓸쓸한 일이다. 다 괜찮다고 소리치거나 무심히 넘기기보다는 더 큰 마음으로 그 실수들이 준 감정을 뛰어넘어야 한다. 다 겪어내고, 다 아프고 나서 성큼 일어나야지. 어쩔 수 없는 외로움 : 외롭다.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외로움은 밀려든다. 알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외로움. 영혼의 어느 구석이 비어있는지 그.. 2012. 2. 9. 말문이 막힌 두 번째 질문 “당신은 왜 그렇게 살아요?” 내 나이는 올해 서른넷이다. 첫 문장부터 웬 나이 타령? 이십대에 너무도 힘들었던 탓인지 어서 빨리 삼십대를 맞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보다 먼저 삼십대가 된 선배들은 정서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안정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삼십대가 되면 나도 좀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 뭐 이런 생각이 있었다. 대한민국에서는 나이도 하나의 권위로 통하기에 내 스스로 이런 권위감에 사로잡히지 않게 쓰는 언어 하나하나에도 많은 신경을 쓰지만 나의 인생을 돌아 볼 때에 나이는 내가 살아온 날들에 대한 구획선이기도 해서 이럴 때는 유용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내가 쓰는 이 글은 내가 걸어온 시간만큼의 고민이라, 나이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른셋이 끝나갈 무렵 나는 다음과 같은.. 2012. 2. 2. 春 그대, 늘 기다리고 있었어요. '지금'을 함께 걸어가는 힘이 되어주세요. 2012. 1. 30.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1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