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268 暗鬱 暗 눈물이 잦은 요즘이다. 내 속에 잠겼던 어둠이 속을 뒤집어 휘몰아친다. 혼자서 이불 뒤집어쓰고 우는 그 때야 말로 고독하고 고독한 순간이다. 누구도 봐줄 수 없고, 위로할 수 없는 혼자 겪어낼 수 밖에 없는 농도 짙은 외로움이란. 잊거나 지나쳐버리거나. 鬱 어설프게 번역된 외국 소설책 같이 알 듯하다가도 복잡하고 서투른 일상들을 읽어나가고 있다. 어디에 끝이라는 단어가 있을까 매일매일 찾아서 읽어보지만 끝이라는 단어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 앞에서 악을 쓰고 덤비기 보다는 포기하는 것이 내게 더 안전하다는 것을 일찍 알아버렸다. 새삼 악을 써보려고 해도 용기가 나지 않고 해보고 싶다는 의욕조차 금방 바닥난다. 마치 숙제처럼 살아가는 일상들에 질질 끌려간다. 그래서 끝을 .. 2011. 12. 10. 네 번째 신춘문예 응모 딱 일곱번만 해보자고 생각했다. 이번이 네번째다. 경향신문에서 되고 싶은 이유는 단 두 사람 때문이다. 조세희와 김소진. 이제 세 번 남았다. 2011. 12. 7. 잠식(蠶食) 좀처럼 잠을 잘 수 없다. 신경이 예민하게 솟아서 생각의 작은 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듣고 있다. 12월 초부터 치고 들어온 불안이 무엇을 먹었는지 기운을 키우고 있다. 그 기운은 아마 내 마음 깊은 곳 '어둠'을 조금씩 먹고 있는지도- 밝은 기운을 찾아보지만 더 큰 어둠이 시야를 막고 몸을 붙든다. 나 스스로 그 빛을 획득하기는 역부족이다. 어둠의 누에가 내 삶의 기운을 모두 먹어치워버린 듯. 내 안으로 밝은 빛을 받아들이라는 말. 그 방법이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2011. 12. 5. 아프리카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 다른 문화권의 소설은 이야기에 몰입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상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소설도 그랬다. 지명이나 공간이 낯설어 차라리 책에 지도나 사진을 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프리카의 술집 를 중심으로 주인공 '깨진 술잔'의 이야기와 술집을 드나드는 인생의 이야기가 거칠 것 없는 문장으로 쓰여진 이 소설은 솔직히 재미는 없었다. 하지만 '거칠 것 없는 문장'의 느낌을 번역자가 잘 살렸다는 점, 중간중간 작가의 독서력을 알게 하는 소설들의 등장, '지적인 마스터베이션'에 대한 이야기는 읽어볼만 했다. 몹시 따라 써보고 싶은 전개방식이기도 하다. 아주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방식이라면 그렇다. 소설에 등장하는 남성들의 시선은 여성을 성적대상으로만 딱 고정시켜보고 원망의 대상으로만 등장.. 2011. 12. 4. 완벽한 겨울 서로 아무리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두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들여다보면 봄과 겨울이라는 사랑의 계절로 나뉜다는 얘기를 한다. 봄과 겨울의 구분은 온기를 주는 쪽과 온기를 받는 쪽의 구별을 말 하는 것이다. 겨울 쪽에 있는 사람은 늘 상대를 기다린다. 자신이 더 많이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의 모든 무심한 것들을 견뎌야 한다. 좀 더 따뜻하기를, 그리고 먼저 보고 싶어 해 주기를 바라지만 결국 그런 일을 하는 건 이쪽이다. 반대로 봄에 사는 사람은 온기로 가득한 상대의 따뜻함에 익숙해져 있다. 기념일을 챙기거나 눈길을 주는 것, 전화를 걸고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언제나 상대방이 먼저이다. 이쯤 되면 다들 생각할 것이다. 결코 겨울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그러나 그건 내 마음대로 되는.. 2011. 12. 3. 겁 1. 다 괜찮다. 나를 무시해도, 나를 믿지 않아도, 나는 괜찮을거라고 생각해도 괜찮다. 하지만 내가 상처받지 않았거나, 상처받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2. 이제 무엇을 해도 겁이 난다. 애써 누군가를 보려 하지 않아도, 애써 누군가를 잡으려 해도, 무언가에 애를 써 보아도, 상처받지 않으려는 것조차도. 그런 행동이 소용없기 때문이다. 한계에 단단히 부딪친 모양이다. 2011. 12. 2. 아, 슬퍼 농담도 하고 술도 마시고 손도 잡고 그러다 점점 서로 매력을 느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건데. 그런데 진보 정당의 방식은 이런 식이야. 처음 만난 상대 앞에 재무 계획서와 신혼방 설계도를 떡 꺼내놔. 그리고 입주할 주택의 입지 조건과 구입할 차량의 대출 조건 및 주변 교육 환경의 우수성에 대해 부동산과 금융, 교육 전문 용어를 섞어 진지하게 프리젠테이션하지. 그런 다음 건조한 표정으로 바로 결혼하재. 만약 나와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속물이라 더 큰 집과 더 큰 자동차에 넘어간 방증이라며. 그걸 당한 상대는, 당신이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데, 당신 패션부터 좀 후즐근한 것이 촌스러운 데다, 자료는 열심히 준비는 한 것 같지만 뭔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하겠고, 결정적으로 내가 당신에게 매력을 느끼지 .. 2011. 11. 25. 그냥, 사랑 아침에 열심히 땀을 흘리며 '우리 아이가 달려졌어요' 비슷한 프로그램을 하나 보았다. 인상깊었던 것은 엄마와 친밀감이 없는 딸아이에게 엄마와 친해지게 하기 위해 목욕 후 로션을 발라주며 엄마의 감정을 솔직하고 예쁘게 이야기하는 장면이었다. 엄마와 몹시 친하지 않은 나는 그 장면을 보고는 몹시 어색했다. 엄마에게 나는 화풀이를 하거나 신세한탄을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엄마는 내가 스물 여섯이 넘어서야 나에게 뭔가 따뜻함을 주려고 했다. 내가 너무 커버렸다. 엄마는 이제 돌봄의 대상이지, 의지의 대상이 아니었다. 원하던 때에 없던 엄마는 미안하지만 내게는 '의무'가 되어버렸다. 탓하고 싶은 마음은 많다. 하지만 쓸데없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 뭔가 풀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다만 내가 사랑받기 서투.. 2011. 11. 24. 기억이 익다 기억이 익어간다. 따뜻하게 익어서 이 추운 날 꺼내볼 수 있도록. 안동에서 본 고운 강의 모습을 오랫만에 꺼내보았다. 아주 잘 익은 기억 하나, 똑 따서 눈을 감는다. 2011. 11. 24. 이전 1 ··· 22 23 24 25 26 27 28 ··· 1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