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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눈뜬자들의 도시

by bravoey 2010. 8. 21.

<눈 먼자들의 도시> 이후의 이야기.
눈뜬 채로 눈이 하얗게 멀어버리는 병이 도시에 퍼질 때, 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권력자들. 어느덧 4년 후 선거일, 수도의 정치를 평가하는 지방선거에서 유권자 중 83퍼센트가 백지투표를 던지는 일이 벌어진다. 눈 먼 도시에서 침묵했던 권력자들이 눈을 뜬 이후에 말을 시작한다. 그들에게는 왜 백지투표를 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도시를 탈출하고, 도시 밖에서 배후자를 지목하여 살해하는 것으로 그들만의 진실을 밝힌다. 아, 이건 뭐랄까 촛불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배후는 누구냐고 했던 그 대목이 떠오른다. 왜는 중요하지 않고, 어떻게 된 것이고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배후자는 눈 먼자들의 도시에서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았고, 도덕성을 잃지 않았던 안과의사의 부인.
언제나 ‘근본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언론과 늘 ‘임시방편책’으로 뭔가를 하는 정부의 모습, 권력을 흡수하기 위해 상황을 조작하는 정치인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가가 살던 시대처럼, 지금의 시대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일까 하는 답답함에 마음이 먹먹했다.
두 눈을 멀쩡하게 뜨고 살아가지만 권력자들에게 계속 기만당하는 현실. 민주주의를 모르는 자들이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범죄하는 자들이 자기 죄를 가볍다하고,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면서도 자기는 옳다 여기는 이 빌어먹을 정권의 모습이 이 책에 담겨있다. 촛불을 시작으로 4대강, 부자감세, 행정도시까지
그 뻔뻔함의 정도가 백지투표를 한 도시를 자신들만 빠져나가며 "너네, 우리가 없이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경찰이랑 법무부, 내무부 모두 나간다. 어디 잘 살아봐라."라고 생각하는 권력자들의 태도만큼이나 뻔뻔하다.
하지만 시민들은 그랬다. 그들이 비밀스럽게 빠져나간다고 촉각을 세운 그 길을 자신들의 집 불을 밝혀 환하게 비추어 준다. 그들에게는 진실이 보이지 않는다. 이 사람들이 왜 그랬냐도 중요하지 않다.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현재를 유지할 대책만이 중요하다. 현재 그들의 자리를 유지할 대책.
눈 뜬자들도 좋았지만, 아직 내게 최고의 소설은 <눈 먼자들의 도시>이다. 이 노작가의 소설을 더, 깊이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