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위에 살아있는 낙지들의 몸부림이 갑자기 끔찍하다 생각했다. 산낙지, 많이는 아니지만 몇점씩 먹긴 했는데 어제는 도저히 건드릴 수 없었다. 뭐랄까, 낙지들이 소리없이 아우성치는 듯해 건드릴 수가 없었다. 이런 느낌은 정말 처음인 것 같다. 조금 익혀내고 드디어 죽음을 맞이한 낙지를 확인하고나서야 먹을 수 있었다. 아, 기분이 이상했다.

고기 끊은지 어언 한달이 넘었다.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아직 막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가끔 길에서 나는 냄새에 현기증이 나도록 입맛돌때가 있다.

내 속에 생명에 대한 양심이라는 작은 싹을 잘 지키고 싶다.
아직 채식이라 하기에 미흡하지만 적어도 산 것을 죽여서 내 몸을 위하지는 말자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낙지를 보니 그나마 먹던 해물들도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다. 길이 멀다. 나, 잘할 수 있을까!!?

부대찌개를 저녁으로 먹다가, 소시지도 금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 아뿔사.
냉면 먹으러 갔다가, 냉면도 국물이 육수라는 사실에 아뿔사.
만두도 고기가 아뿔사.

아뿔사가 자꾸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3주차.
기운내잣!

고기를 참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도 좋아하지만, 지금은 고기를 좋아하는 나 자신이 조금 부담스럽다.
체중이나 건강의 문제라기보다는
내 욕망을 조절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부담스럽다.

단지 먹는 것의 문제를 넘어 그것은 삶의 크기의 문제였다.
이제는 그 욕망의 크기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올해 채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야 그 결심을 조금 굳혀본다.

그건 커질대로 커진 한 욕망에 대한 심각한 반성에서 비롯되었다.
아무리 원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내 욕망의 크기를 줄여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었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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