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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by bravoey 2011. 7. 22.



아프리카 소설을 몇 개 읽어볼 심산으로 둘러보다가 처음 만난 작품. 아프리카 소설이 어떤 식으로 쓰여지는지 접해본 바가 없고, 번역된 문체라는 사실 작품을 대하기가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아프리카 탈식민지 시대의 상황을 오콩코 일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나이지리아 이보족이라는 처음 보는 종족들, 그 종족이 가졌던 문화들을 소설을 통해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 작품의 본론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꽤 뒤에 가서야 나타나는데, 영국 선교사들이 아프리카 '선교'라는 이름으로 침입하면서 고유의 문화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교회와 법을 요구하는 부분에서는 분노가 치밀 정도였다. 서양의 방식은 인간이든 자연이든 빠르게 대상화하고 정복하려 했던 것 같다.

문화를 정복하고, 파괴하는 방법은 식민지를 다루는 강국들이 자주 써먹는 방식 인 듯하다. 뭔가 새로운 것처럼 포장하고,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게 해 '고유의 정신'을 야금야금 해처먹는 야비한 방식. 문화는 만들어진 그대로, 있는 그대로 존재할 가치가 있다. 설사 그것이 식인문화라고 할 지라도, 종족이 가진 고유의 습성을 누가 판단하고 제한할 수는 없다.
최근에 유럽국가들이 이슬람 여성들의 부르카 착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도 이런 종류의 폭력일 것이다. 개인이 가진 종교의 자유를, 양심을 법으로 제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부르카 착용을 금한다고 해서 이슬람이 가진 가부장적 요소가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차별을 차별하는 방법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낯선 단어가 많고, 번역체이긴 했지만 가끔 멋진 문장들을 발견할 수 있다. 무지개를 '어리고 예쁜 딸'로 표현하거나 '하늘의 비단뱀'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좋았다. 그로칼랭이 떠오르기도 하고. 몇 작품 더 읽어봐야겠다. 다음은 알랭 마방쿠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