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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刀

아, 흙 한줌, 흙 한줌씩만 -왜 김진숙을 살려야 하는가

by bravoey 2011. 8. 10.

누를 수 없을 만치 끓어오르는 한마디가 있어 붓을 들었습니다.
저는 입때까지 있어온 ‘희망의 버스’를 세 번 다 탔습니다. 다짐했던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김진숙을 살려내자, 그 한마음일 뿐, 갖고 간 것은 흙 한줌이었습니다. 아내가 무엇 하러 그런 걸 갖고 가느냐고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말을 안 했습니다. 높은 무쇳덩이에 216일째 올라 있는 그에게 뿌리를 내릴 흙 한줌을 보태자 그거였지요. 하지만 한 번도 주진 못했습니다.


1차 때는 허리춤에 찼다가 경찰 방패에 떨어뜨렸고, 2차 때는 부산역에서 영도까지 모진 빗속을 걷다가 홀랑 젖어버렸고, 3차 때는 영도다리에서부터 막혀 뚫다가 짓이겨졌고. 그래도 그날 밤 8시부터 3시간 반 동안 꽝꽝 막힌 영도의 골목골목을 네가 죽느냐 내가 죽느냐, 죽어라고 걸어 마침내 찔뚝찔뚝 젊은이들이 모인 곳에서 남몰래 한숨을 지었습니다.


아, 이 좁은 영도에 경찰 7천, 경찰 앞잡이 여러 천이 김진숙을 살리자는 저 눈물겨운 물살을 이렇게까지 자근자근 짓밟는 까닭은 무엇인가.


손출(간단)하다. 썩어문드러진 재벌과 이명박 정권은 그 생각, 그 체질, 그 욕구가 일치하는 동업관계다. 그래서 김진숙을 죽게 하자는 것이구나. 영도의 밤은 새벽까지 무더운데도 소름이 오싹, 넋살(정신)을 차려 김진숙을 그려보았습니다.


 * 한겨레 신문 8월 8일자, [왜냐면]에 올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