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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刀

추억의 묶음 : 나태주

by bravoey 2011. 9. 6.
꽃이 있기는 있었는데 여기
여린 바람에도 가들거리고
숨결 하나에도 떨리우고
생각만으로도 몸을 흔들던
꽃이 있기는 있었는데 여기

집을 비운 며칠 사이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꽃은
향기로만 남아 흐릿하게
눈물로만 남아 비릿하게
혼자 돌아온 나를 울리고
또 울린다

---시와 시학 2005년 여름호

꽃이 있던 자리의 뿌리 자리가 흔적이 되려고 안간힘을 쓴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것인지, 나도 알 수 없는 그 힘.
아마도 그 힘은 혼자이고 자취도 없는 그대를 향한 눈물.
눈물이 생겨나는
나도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그 한 줌의 힘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