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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나쁜 피_김이설

by bravoey 2012. 7. 3.


누구든 쉽게 읽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조차 두 시간만에 읽어낸 소설인까. 아주 잘 짜여진 단편소설을 읽은 기분. 장편이라는 기분이 전혀들지 않도록 속도감있고 단순하고 극명한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기분좋게 읽혀졌다. 욕망에 대한 명쾌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화숙이 진순 그리고 조카 혜주와 외삼촌의 고물상을 차지한 마지막 결론이 아주 맘에 들었다. 소설은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풀기보다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주제어를 두고 이 소설을 이해하고 읽었다. 얼마나 순수한 욕망들인지. 복잡하지 않고 아주 단순하다. 나는 네가 싫고, 네가 좋고. 너를 저주하고 증오하고 사랑하고. 동기나 결과도 어쩌면 너무나 단순하다. 차지하거나 죽이거나 죽거나. 당하거나 가해하거나. 알고보면 욕망은 이렇게 단순한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 그저 복잡해 보이는 것 아닌가. 욕망의 절제에 대해 익숙한 나로서는, 욕망을 있는 그대로 분출하는 삶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어머, 어떻게 그럴수가! 라고 말하면서도 결국 외삼촌의 고물상을 차지한 주인공의 삶을 통해 은근한 카타르시스를 느껴버렸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렇게 단순하고 하고 싶은대로 내지르고 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생이 질질 끌려간다고 느껴지는 요즘, 제대로 기분 어렵게 만든 김이설의 소설. 소설, 소설. 나의 이십대를 이끌었던 화두, 소설. 지금 나를 이끄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지금 무엇을 욕망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뭘 원하기는 하며 살아가고 있는걸까. 나쁜 피를 조금 수혈받고 싶다. 아주 약간의, 욕망을 위해 도덕성이나 책임감을 버리고 싶은 생각이 아주아주 많이 든다. 나에게도 나쁜 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