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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우유의 역습

by bravoey 2014. 3. 13.

 

 

 

 

 

부끄러운 엄마의 먹는 습관

 

아이가 커가면서 제일 관심이 많아지는 것은 먹을거리이다. 임신했을 때도, 젖먹일 때도 먹는 건 중요하지만 이제 담영이가 직접 음식을 접할 시기가 되니 유독 먹을거리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녹색에 들어오면서 먹을거리에 대해 듣는 게 많아져 남들에게 말하기를 좋아했었는데, 정작 나 자신은 먹을거리에 대해 엄격하지 못했다. 먹는 일로 스트레스 풀어오던 지난 삶들이 있어 고기나 인스턴트를 쉽사리 끊지 못했다. 임신했을 때도 삼겹살을 얼마나 먹어댔는지! 출산하고도 고기사랑, 라면열망을 끊지 못해 가끔씩 먹고 괴로워했었더랬다. 속죄하듯 한 살림에서 장을 보며 정신차리자 했지만 어찌나 때되면 먹고 싶은지. 어릴 때부터 폭식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아직도 가끔 폭식을 한다.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려드니 그렇다. 모유수유하면서 길들인 규칙적인 식사습관도 도우미 이모 떠나신 후로, 애보랴 집치우랴 정신없어 하루에 밥 한 번, 몹쓸 간식거리 한 번 들쭉날쭉이 되어버렸다. 지금은 애보며 밥도 먹지만, 집밥이 지겨워 면종류를 더 먹게 된다.

아이는 부모가 먹는 것을 따라오게 되어있다. 특히 내가 먹는 건, 담영이도 분명히 먹고 싶어 할텐데 걱정이 산더미다. 담영이가 먹는 걸로 스트레스 푸는 나를 보며 따라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남편에게 출산하면 채식하겠노라 했는데… 나의 이 어리석은 식욕을 위해 죽어간 생명들에게 부끄럽다.

그래도!

내 자식, 내가 길 들일 수 있을 때 올바로 먹여보아야 하는 일. 나중에 제가 선택해서 먹고 싶은 거 먹고 다닐테니, 어릴 때만큼은 올바로 먹여보자 싶다. 먹을거리 중에는 고민되는 종목들이 많이 있다. 특히 ‘남들 먹는데 우리 아이는 못 먹게 하는’ 종목은 더 고민된다.

 

우유를 먹여야 할까

 

담영이가 6개월이 되면서 내가 뭘 먹고 있으면 입을 오물오물하며 빤히 바라본다. 이유식을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이유식에 관한 책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우유를 언제 주는지, 우유를 뭘 먹이는지에 대한 글을 접하게 된다. 안 그래도 주변 아이들이 우유 먹는 모습을 보면서 얼른 읽어봐야겠다 생각한 책이 바로 <우유의 역습>이다.

그저 막연히 우유는 완전식품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지냈고 임신했을 때도 우유는 먹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막상 아이가 크고 나니 좀 더 정확하게 알아야 결단을 내릴 수 있을테니까. 우유 먹어야 키가 크고, 우유는 아이들에게 아무 해가 없는 음료(?)라는 인식은 거의 절대적이기 때문에 우유를 먹이지 않겠다는 것은 예방접종 안 시키겠다는 것 만큼이나 별나게 보일 수 있겠지.ㅜ.ㅜ

<우유의 역습>의 저자인 티에르 수카르는 결론적으로 우유가 완전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먹일 필요가 없다, 우유와 유제품의 과도한 섭취는 오히려 병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우유와 유제품이 식문화의 일부분(프랑스)이기 때문에 조금씩 먹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우유=칼슘?

 

골절이나 골다공증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뼈에 칼슘이 없기 때문이라고 많이 생각한다. 그래서 튼튼한 뼈를 위해 우유를 많이 먹으라는 얘기는 내가 어렸을 때도 많이 들어왔다. 임신했을 때 다닌 일반 산부인과에서도 우유 많이 먹으라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 (나중에 간 메디플라워산부인과의 경우, 우유는 지양하고 채소와 견과류 많이 먹으라고 하더라)

 

하지만 이 책에서는 우선 골절이나 골다공증이 칼슘과는 그리 큰 연관이 있지 않다고 밝힌다. 골절이나 골다공증은 피해갈 수 없는 골 파괴의 과정을 얼마나 늦춰내 오랫동안 건강한 뼈를 유지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우유를 많이 먹는 유럽과 상대적으로 적은 아시아나 남미 여성의 예를 들며, 골다공증이나 골절이 오히려 유럽의 여성이 더 높다고 한다. 유제품 소비 최고기록 국가인 스웨덴이 대퇴골 경부 골절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2005년에 시행된 한 연구를 예로 들어 밝히고 있다. 우유와 동물성 단백질을 적게 먹는 나라일수록 더 건강한 뼈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