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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지역 탄소흡수원 갑천자연하천구간, 개발 아닌 보전을

by bravoey 2022. 1. 11.

대전 유성구 원신흥동과 서구 도안동, 월평동을 지나가는 갑천 자연하천구간. 대전에서 유일하게 자연하천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많은 시민들이 찾고 지켜온 공간이다. 멸종위기종 미호종개가 서식하는 유일한 구간이자 수리부엉이, 참매, 삵, 수달, 맹꽁이 등 다수의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다. 산림청에서 지정한 희귀식물인 이삭귀개, 땅귀개의 서식처이자 900여종의 동식물과 30여 종의 법적 보호종이 서식하는 그야말로 대전 최고의 자연생태보전지역이라 꼽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천 자연하천구간은 과거 1998년 천변고속화도로 건설 추진, 2007년 월평공원 관통도로 건설 추진 등을 통해 이미 수차례 개발의 손이 뻗쳤던 곳이다. 그리고 개발에 대한 대규모의 시민저항운동이 일어난 곳이 바로 월평공원 갑천자연하천 구간이기도 하다. 시민들이 20년간 자연하천구간을 지켜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또 개발 소식이 들려왔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하 '국토부')은 생태 자연도 1등급인 대전 갑천 자연하천구간에서 하천환경정비를 명분으로 대규모 토목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갑천 대전2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은 대전광역시 서구 일원, 가수원교에서 월평동까지 갑천 5,597m 구간에 제방축제 5,318m / 제방보축 279m / 교량 2개소 재가설 / 교량 2개소 철거 등을 골자로, 2021년 4월부터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모두 도대체 왜 거기에 제방을 쌓는지 반문한다. 그럴 필요가 없는 곳이라고 예산 낭비를 지적한다. 환경단체들도 재해나 홍수피해가 일어날 여지가 없고 오히려 제방이 건설되면 육상 생태계와 수상 생태계가 단절되면서, 야생동물 서식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해당 구간은 하폭이 넓고 습지가 발달해있으며, 이미 좌안에는 제방이 건설되었고 우안의 경우 산림이 있어 홍수 예상 지역이 실제로 없다. 계획구간의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생태계를 대규모로 훼손하는 토목공사를 계획하는 것 자체는 지역에서 납득하기 어려움에도 국토부는 일방적으로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이 구간은 국가습지 지정을 위해 최근 대전시가 공을 들이는 구간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습지는 자연 산책로이자, 생태교육장으로 많은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대전시민들은 인공적으로 조성한 공간이 아닌 흙을 밟을 수 있는 자연하천구간 산책로의 가치를 인식하고 지역의 자랑으로 삼고 있다. 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필수적 대안인 대규모 습지 발달 지역으로, 탄소 흡수원 및 도시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바람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대전시와 환경부, 시민단체들은 2013년부터 해당 구간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지금까지 활발하게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탄소 중립을 국가 기조로 세우고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있는 와중에, 습지를 보전하고 확대하기는커녕 대규모 개발로 습지를 훼손하는 것은 표리부동에 불과하다. 게다가 2022년부터는 물관리가 일원화되면서 국토부의 제방 건설 권한은 환경부로 이관된다. 환경부가 자연하천구간 습지의 가치와 습지 보호 지역 지정에 대한 판단을 내린 후에, 적절한 환경정비 방안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탄소흡수원인 습지를 보전하고 더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대전시는 국토부의 이러한 계획을 그저 지켜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탄소 중립을 선언한 도시에 맞게 갑천을 국가 습지로 지정하는데 박차를 가하며, 국토부에 지역 탄소흡수원을 파괴하지 말 것을 입장으로 밝혀야 한다. 갑천 자연하천구간은 시민들이 사랑하고 지켜온 공간임을 대전시는 잊지 말고 대전시민들과 함께 이 공간을 지켜내야 한다.

20211212 / 중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