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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刀

황새울 그 마지막 밤의 노래

by bravoey 2008. 2. 9.
  마지막 불길이 되겠다고 했던 들지킴이 하나 깨끗이 태워주지 못한 우리는
  기차길 옆 공부방 아이들의 벽화 하나 지켜주지 못한 우리는
  파랑새 소녀를 평택호 쓸쓸한 공터에 내버려두고 온 우리는
  사랑을 잃어버린 우리는
  고향을 잃어버린 우리는
  만날 곳을 잃어버린 우리는
 
  순대국밥집에서 켄터키 후라이드 집에서
  철시의 시장 좌판에서 3차 4차로 서로의 속에 쓸쓸함을 더더하며 부어주던 우리는
  낄낄거리며 서로를 못 골려먹여 안달이던 우리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떠나지 못한 평택의 밤 뒷거리에서
  지나간 회한의 청춘의 노래를 부르며
  어깨 걸고 작대기춤를 추던 우리는
 
  다시 대추리로 들어온 우리는
  빛나는 눈동자들이 남아 지키던
  캠프험프리 철책 옆 횃불의 노래 곁으로 돌아 온 우리는
  저 먼 어느 섬나라 자마이카에라도 온 듯 흥겨운
  아코디언의 노래에 맞춰 누구나 다 자신의 춤을 추던 우리는
 
  고물상 할아버지처럼 흔들의자에 앉아 있던 깡패신부님 곁에 무릎꿇고 앉아
  키득키득거리며 불경스러운 농을 주고 받던 우리는
  저 멀리 누구건 논둑에 앉아 사랑의 눈빛을 주고받던 우리는
  다시 어깨걸고 몇 번이고 기차놀이하던 우리는
  빈 집에 든 도둑떼들처럼 한 시절의 빛바랜 사진들, 거울대, 찬장이며 농짝이며
  다 타버리라고 불길 속에 던져넣던 우리는
 
  누구라도 나의 외로움을 받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불꽃처럼 불길처럼 몸부림치던 우리는
  끝끝내 모두가 잠들어버린 마을을 돌며
  노래도 불러보다 꺼이꺼이 울어도 보다
  귀신처럼 마을을 돌던 우리는, 우리는
 
  떠나왔네.

- 송경동 시인, 프레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