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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

익숙함에서 한걸음 나오는 순간

by bravoey 2008. 3. 20.

내일 이사를 한다.
오랫동안 살던 동구를 벗어나 대덕구로 간다.
예전에 이스라엘으로 떠나기 전날 밤처럼, 주변이 갑자기 낯설어진다.
늘 함께 하던 은실이도, 작던 내 방과 익숙한 길목이 이제는 멀어지게 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오라던 한의사의 말조차도 낯설었다.
정해진 것이 끝났기 때문일까.
갑자기 병이 다 나았지만 허전한 마음인 오랜 환자처럼 한의원의 모습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간호사 언니들도, 의사샘도 오늘은 왜 그렇게 낯설게 느껴졌는지.

익숙한 것에서 한 걸음 나온다는 것은 이렇게 많은 감정의 파도를 일으키는구나 싶다.
그래서 어쩌면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자꾸 마음을 닫는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익숙하게 대하고 원하게 되면 결국 잃어버리는 순간도 있을테니까,
그게 상처가 되고 그리움이 되어서 마음 아플까봐 처음부터 마음을 굳게 닫는 것처럼.

그렇다. 이제 알겠다.
마음을 닫았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이 꽤 오래되었다는 것도.

용기를 내보자.
끝끝내 용기를 내보자, 아프더라도.
새로운 그 곳에서 또 나답게 살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