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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vist/성매매근절 외침

선물-1

by bravoey 2006. 4. 24.
 * 외침 소식지 도담다담에 연재한 소설


선물


사람이 살아가는데 세상이 주는 선물은 여러 가지이다. 때로는 입이 찢어질만큼 큰 웃음을 선물로 주기도 하지만 그건 정말 가끔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게 주로 주어진 선물은 선물처럼 보이는 것들이었다.

일찌감치 학교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아르바이트이고 여자아이라서 월급은 조금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열심히 일했다. 조금이지만 돈을 벌게 되면서 내게는 남들과 다른 특권처럼 ‘카드’가 주어졌다. 그 작고 네모난 플라스틱 카드는 내가 그렇게 갖고 싶었던 것들을 간단하게 얻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사는 게 더 나아졌다는 기분을 처음으로 느꼈다. 주변 친구들은 모두 카드를 가지고 있었고, 항상 돈이 없던 나는 친구들과 어울릴 때마다 그들의 카드 신세를 져야했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는데, 이젠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어릴 때부터 원하는 대로 가져본 적이 없는 내게, 카드는 정말 선물과 같았다.

그 선물은 그러나, 곧 족쇄가 되었다. 내가 카드를 너무 많이 썼다는 것을 깨달은 건, 다음 달에 날아온 카드요금청구서에 명확히 드러나 있었다. 한 달까지는 괜찮았다. 월급을 타면 갚을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월급으로 카드 빚을 갚고 나니, 당장 생활이 문제였다. 생활을 위해 현금인출을 받았고, 또 카드를 썼다. 딱 두 달째에 월급으로는 카드 빚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어쩔 수 없었다. 빚은 계속 늘어났고 또 늘어났다. 생활과 빚갚기가 감당이 되지 않아 다른 카드를 만들었다. 나도 모르게 카드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늘어난 빚은 결국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불어났다.

불어난 금액만큼의 불안과 공포가 매일 아침 나를 괴롭혔다. 너무 괴로워서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 중 한 친구의 말에 나는 카드 빚을 갚을 방법을 하나 찾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