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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vist/아름다운 지구인

딜레마

by bravoey 2008. 11. 6.

짐작하시겠지만, 제가 올해로 11년째 종사해온 <녹색평론>의 일을 그만두고 내년부터 경북 의성 직가골이라는'오지'에서 땅에 엎드려 일하는 법을 촌로들께 배워보자고 작정한 몇가지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녹색평론>을 통해서 이야기해온 가치들, 특히 '땅에 뿌리박은 삶'을 내가 몸으로 부딪쳐 살아보지 않고서는 어쩐지 더 이상 살아있는 '내 말', '내 생각' 같지 않다는 나름대로 '절박한' 문제의식 때문이었습니다.

- 김규항  '한 근본주의자의 편지' 중에서

어제 원순과 밥을 먹으면서 운동가로서의 자질, 운동가로서 자라는 것에 대해 잠깐 이야기했다.
뭐, 솔직히 이 자질, 과정이라는 것은 같은 고민의 반복과 고민하는 시간의 양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원순이 때쯤 나도 그런 고민을 했다. 그 때마다 결론은 우습게도 '이 길은 아니다'였다.
그래, 그만하자고 마음을 툭 떨어내면 치고 올라오는 생각은 그거였다.
그런데, 너,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해본거냐. 내가 이만큼 했는데 아닌 것 같더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죽을 힘을 다해 해본거냐.
늘 거기서 막혔다. 이게, 뒤돌아보면 내가 한 일이 없는 거다. 그럴싸하게 멋지게 인생이 바뀐 것도 아니고, 죽도록 하기 싫지도 않고, 안 하면 후회안 할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시, 다시 열심히 한 번 해보자. 그 후에 다시 내게 묻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