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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오빠는 필요없다

by bravoey 2009. 7. 31.
권혁범 교수님 추천으로 읽은 책. 노동운동을 비롯한 진보운동 내의 가부장제에 대해 담은 책이다. 여성활동가들의 고백과 함께 소위 진보라고 하는 곳에 숨어있는 가부장제와 남성우월주의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내었다. 진보운동권 내에서 운동의 목적과 성과를 위해 은폐되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 성역할 분담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우리안에 소소하게 녹아있는 성차별적 발상 - 컵씻기는 여성이, 나가서 선동-발언하는 일은 남성이 - 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여성활동가들의 고백들을 읽으면서 여성운동가들의 고민들, 현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늘 보는 여민회 친구들, 거대한 운동의 패러다임에서 여성이라는 깃발을 들고 끊임없이 학습하고 고민하는 그들을 보면서 나를 타자화 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성활동가라는 큰 범주에서 우리는 어떻게 연대해야 할까? 여성운동이 필요할 때만 연대하고, 그들의 운동에는 우리를 타자화켜버리는 지금의 내 생각은 틀렸다. 상담소에서 자원활동하는 건, 여성 박은영이고 여성활동가 박은영은 상담소 일에 연대할 수 없는가? 환경운동가 박은영은 여성운동가가 아닌가?
머리가 한 번 깨이고 보는 내 운동판은 또 다르다. 곳곳에 숨어있던 곰팡이들이 눈에 보이기도 하고, 우리 사무실에는 그런 곰팡이가 없는지 걱정이기도 하다. 내 안에 길러진 남성적 일처리 방식과 사고방식은 없는지도 살피게 된다. 짠밥, 위계에 나 스스로를 매몰시키고 있진 않은지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