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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동물농장

by bravoey 2009. 4. 12.
유치원 때였나, 이 소설을 만화로 본 적이 있었다. 아오, 그 때 내가 보기엔 너무 각박한 만화여서 별로 기억이 좋지 않았다. 돼지는 나쁜 동물이고, 말은 미련하고, 당나귀는 늙어 빠진 것만 기억이 났었는데. 말이 죽었을 때, 충격은 아직도 선명하다. 아이쿠, 큰일이네.
동물농장을 지금 다시 보니, 지금도 그렇다. 아이쿠, 나폴레옹이라는 돼지,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이랑 비슷하네. 복서의 차라리 미련하다 싶은 모습을 보면서 아이고, 저건 내 주변의 지천으로 널린 사람들인가? 그럼 나는 뭐지?
권력과 시민의 모습, 국가주의와 시민사회의 모습을 생각하게 만드는 이 소설은 원래는 볼셰비키혁명 당시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쓰여졌다고 한다. 어떤 시대가 배경이 되었든 공통적인 무언가를 명확하게 짚어내는 이 소설은 말 그대로 무릎을 탁 치게 한다.
해결되지 못한 사건들 - 용산참사, 언론탄압, 미국산쇠고기수입 등-은 끊임없이 숨겨지고 권력은 끊임없는 자본의 유혹을 거절하지 못하고 시민들의 삶의 행복과는 뒤떨어진 정책 - 운하건설 등- 에 목숨을 걸고 덤빈다. 돼지와 사람이 구분되지 않았다던 소설의 결론처럼 지금 나는 보수든 진보든 무엇이든 우리 편과 우리 편이 아닌 것이 구분되지 않는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누구도 정의롭지 못할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의문은 계속된다. 나는 뭐지?
나는 스노볼인가? 아니면 복서인가? 아니면 벤자민? 스퀼러?
혼란스럽다.
하지만 나는 복서가 되길 바란다. 미련해보이지만, 결국 감동을 줄 수 있는 복서가 되길 바란다. 이용당하다 버려져도, 기억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