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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 고뇌의 레바논과 희망의 헤즈볼라

by bravoey 2010. 8. 21.

2002년부터 돌아다닌 여행길의 80%는 모두 중동이었다. 이스라엘, 이집트, 요르단, 터키, 레바논과 시리아. 중동이 나를 강하게 이끈 이유는 아주 명백하다. 내 첫 여행지가 이스라엘이었기 때문이다. 예루살렘 시내에서 내가 빈번하게 본 것은 총을 든 군인, 외국인이면 어딜가든 받아야 했던 몸수색,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발로 차이던 팔레스테인 사람들, 올드시티와 크리스마스에 본 어둡고 무서웠던 베들레헴. 그 아름다운 나라에 정없는 유대인들을 만나며 겪었던 기억과 아랍인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이 나를 잡아끄는 게 분명했다. 

다시 떠난 아랍국가 요르단으로의 여행, 뜻하지 않은 레바논 여행.
레바논을 여행한 후, 친구 새봄이가 추천해주어 여행내내 읽었던 책이다. 헤즈볼라를 알카에다와 비슷한 테러집단으로 보았던 내 생각을 완전하게 깬 책. 헤즈볼라를 정당으로 새롭게 알게 해 준 책이었다. 읽고 나서는 왜 내가 그들을 테러집단으로 생각했을까에 대한 의문을 되려 품게 되기도 했다.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테러행위'로 인해 피해를 받은 레바논 민중의 가슴저린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다. 베이루트에서 본 총탄자국,  티레를 가는 길에 봤던 유엔평화유지군, 그 중 한국군인의 모습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레바논을 여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저항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했다. 저항의 출발은 그저 알고 있던 사실, 익숙한 사실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서 새롭게 보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첫 여행지였던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총을 든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길에서 함부로 때리고, 몸수색하는 것을 내 눈으로 보지 못했다면, 나는 분쟁지역기자인 김재명씨가 자살폭탄테러를 ‘저항’이라고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레바논에 와서 헤즈볼라에 대해 실제로 듣고 알지 못했다면 - 더 자세하게 안다면 또 새로운 사실이 발견될 수도 있는 - 아랍국가들의 저항운동에 대해서는 늘 테러와 연결지었을 것이다.

사람이 자신을 죽이고, 타인을 죽여가며 저항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는 도덕적 잣대의 판단을 일단 뒤로 미루고, 세상이 되어지는대로 살아가는 내 삶에 대한 반성은 참 처절하게 했다. 바쁘다는 이유로 중요한 사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저항할 생각은 꿈도 못 꾸며 재미없이 살아가고 있지는 않았을까? 어떤 것이 중요한 사실인지 알고, 알았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텔레비전이나 지식있는 사람들이 말하는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의 판단으로 멋지게 행동하며 사는 삶을 고민하며 레바논을 떠나왔더랬다.

4대강, 피디수첩. 참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세상이다. 하지만 저항하는 방법에 있어서 나는 아직 서툴다. 어설픈 정치인들이 우릴 대신해 저항할 수는 없다, 나 스스로가 저항군이 될 방법을 찾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