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短刀191

고라니의 2단 뒷차기 강원도 골프장 때문에 올해 내내 거리에서, 강원도청 앞에서 투쟁중이신 대책위 분들. 전투의 와중에도 빵터지는 익살! 강원도 골프장 대책위분들, 모두 힘내세요! 2011. 12. 12.
완벽한 겨울 서로 아무리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두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들여다보면 봄과 겨울이라는 사랑의 계절로 나뉜다는 얘기를 한다. 봄과 겨울의 구분은 온기를 주는 쪽과 온기를 받는 쪽의 구별을 말 하는 것이다. 겨울 쪽에 있는 사람은 늘 상대를 기다린다. 자신이 더 많이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의 모든 무심한 것들을 견뎌야 한다. 좀 더 따뜻하기를, 그리고 먼저 보고 싶어 해 주기를 바라지만 결국 그런 일을 하는 건 이쪽이다. 반대로 봄에 사는 사람은 온기로 가득한 상대의 따뜻함에 익숙해져 있다. 기념일을 챙기거나 눈길을 주는 것, 전화를 걸고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언제나 상대방이 먼저이다. 이쯤 되면 다들 생각할 것이다. 결코 겨울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그러나 그건 내 마음대로 되는.. 2011. 12. 3.
아, 슬퍼 농담도 하고 술도 마시고 손도 잡고 그러다 점점 서로 매력을 느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건데. 그런데 진보 정당의 방식은 이런 식이야. 처음 만난 상대 앞에 재무 계획서와 신혼방 설계도를 떡 꺼내놔. 그리고 입주할 주택의 입지 조건과 구입할 차량의 대출 조건 및 주변 교육 환경의 우수성에 대해 부동산과 금융, 교육 전문 용어를 섞어 진지하게 프리젠테이션하지. 그런 다음 건조한 표정으로 바로 결혼하재. 만약 나와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속물이라 더 큰 집과 더 큰 자동차에 넘어간 방증이라며. 그걸 당한 상대는, 당신이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데, 당신 패션부터 좀 후즐근한 것이 촌스러운 데다, 자료는 열심히 준비는 한 것 같지만 뭔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하겠고, 결정적으로 내가 당신에게 매력을 느끼지 .. 2011. 11. 25.
Happy Birthday 저 오늘 생일이예요. 서른 둘 되요. 오늘은 곁에 좋은 사람 하나 있을 줄 알았는데. 조금 쓸쓸하네요. 인생 숨차게- 달렸고 또 달립니다- 2011. 11. 9.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디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 2011. 10. 23.
밤, 불꽃 누가 슬픔의 별 아래 태어났으며 누가 슬픔의 별 아래 묻혔는가. 이 바람 휘황한 高地에서 보면 태어남도 묻힘도 이미 슬픔은 아니다. 이 허약한 난간에 기대어 이 허약한 삶의 규율들에 기대어 내가 뛰어내리지 않을 수 있는 혹은 내가 뛰어내려야만 하는 이 삶의 높이란, 아니 이 삶의 깊이란. - 최승자 시 ----------------------------------------- 당신도 보았는가. 불꽃이 사라진 자리에 남아있는 것을. 2011. 9. 15.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 정윤천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아도 사랑이다. 어느 길 내내, 혼자서 부르며 왔던 어떤 노래가 온전히 한 사람의 귓전에 가 닿기만을 바랐다면, 무척은 쓸쓸했을지도 모를 서늘한 열망의 가슴이 바로 사랑이다. 고개를 돌려 눈길이 머물렀던 그 지점이 사랑이다. 빈 바닷가 곁을 지나치다가 난데없이 파도가 일었거든 사랑이다. 높다란 물너울의 중심 속으로 제 눈길의 초점이 맺혔거든, 거기 이 세상을 한꺼번에 달려온 모든 시간의 결정과도 같았을, 그런 일순과의 마주침이라면, 이런 이런, 그렇게는 꼼짝없이 사랑이다. 오래전에 비롯되었을 시작의 도착이 바로 사랑이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손가락 빗질인 양 쓸어 올려보다가, 목을 꺾고 정지한 아득한 바라봄이 사랑이다. 사랑에는 한사코 진한 냄새가 배어 있어서, 구름에라도 실.. 2011. 9. 6.
추억의 묶음 : 나태주 꽃이 있기는 있었는데 여기 여린 바람에도 가들거리고 숨결 하나에도 떨리우고 생각만으로도 몸을 흔들던 꽃이 있기는 있었는데 여기 집을 비운 며칠 사이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꽃은 향기로만 남아 흐릿하게 눈물로만 남아 비릿하게 혼자 돌아온 나를 울리고 또 울린다 ---시와 시학 2005년 여름호 꽃이 있던 자리의 뿌리 자리가 흔적이 되려고 안간힘을 쓴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것인지, 나도 알 수 없는 그 힘. 아마도 그 힘은 혼자이고 자취도 없는 그대를 향한 눈물. 눈물이 생겨나는 나도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그 한 줌의 힘인 듯. 2011. 9. 6.
아, 흙 한줌, 흙 한줌씩만 -왜 김진숙을 살려야 하는가 누를 수 없을 만치 끓어오르는 한마디가 있어 붓을 들었습니다. 저는 입때까지 있어온 ‘희망의 버스’를 세 번 다 탔습니다. 다짐했던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김진숙을 살려내자, 그 한마음일 뿐, 갖고 간 것은 흙 한줌이었습니다. 아내가 무엇 하러 그런 걸 갖고 가느냐고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말을 안 했습니다. 높은 무쇳덩이에 216일째 올라 있는 그에게 뿌리를 내릴 흙 한줌을 보태자 그거였지요. 하지만 한 번도 주진 못했습니다. 1차 때는 허리춤에 찼다가 경찰 방패에 떨어뜨렸고, 2차 때는 부산역에서 영도까지 모진 빗속을 걷다가 홀랑 젖어버렸고, 3차 때는 영도다리에서부터 막혀 뚫다가 짓이겨졌고. 그래도 그날 밤 8시부터 3시간 반 동안 꽝꽝 막힌 영도의 골목골목을 네가 죽느냐 내가 죽느냐, 죽어라고 걸어 마.. 2011. 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