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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373

NO BUY 100일 소위 연애라는 것을 하기 시작하면서 가졌던 불만이 하나 있었다.함께 있기 위해서는,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돈을 쓸 수 밖에 없다는 사실.매번 만날 때마다 만원씩, 이만원씩 내는데 서로 형편이 좋은 편은 아니라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었다.나는 여성근로자 아파트에, 남친은 부모님과 함께 사는 처지라 집에서 차마시고 밥 해먹기도 어려운 상황.분노스러웠다, 돈을 써야만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리고 이틀 전 100일을 맞아, 이 나이에 100일 맞이 꼴값을 떨어보기로 했다.돈 한 푼 쓰지 말고 우리끼리 멋지게 100일을 기념하자고. 그래서 우리는 산호여인숙 베란다를 빌렸다. 주인님이 촛불과 꽃 화분도 예쁘게 준비해주셨다.그리고 각자 할 수 있는 악기가 있으니 서로에게 들려주고 싶은 연주를 .. 2012. 4. 12.
감동 1.사무실 건물 앞집에 흰 개가 한 마리 살고 있었다. 내가 9년째 여길 오가니, 그 아이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그 집 개로 묶여있었을 것이다. 그 개가 담을 훌쩍 넘어 탈출한 모양이다. 옆집을 원룸짓겠다고 헐어내는 바람에 담이 낮아졌기 때문이다.개는 집 근처를 떠돌고 있다. 어디 멀리 가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주인이 들어오라고 해도 들어오지 않는단다. 또 묶일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이란다. 짐승도 안다. 묶이는 것이 싫다는 것을. 그럼에도 어디 멀리 가지 못하고 집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이 슬프다. 익숙한 곳을 멀리 떠나는 일은 사람도, 짐승도 쉽지 않은 일인 모양이다. 2. 이른 아침 무궁화호, 따뜻한 커피, 전주시내버스 파업, 풍남문, 가족식당, 하나은행, 한지만들기, 제기차기, 전동성당, 경기전,.. 2012. 3. 30.
잠꼬대 환상속의 그대 오랫만에 들어보고 싶었다. 왜 인지는 모르지만 서태지 노래가사는 잘 안 잊혀진다. 어릴 때 많이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나오면 나도 모르게 줄줄이 따라부르고 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그 때 내 모습을 환멸하던 나 자신을 반성하곤 했다. 나는 왜 못생기고 크기만 한지, 우리 집은 왜 이렇게 살게 되었는지 생각할 수록 현실에 대한, 나 자신에 대한 환멸만이 가득했었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 뭔가 투지가 솟아올랐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어도 환상 속에 그대가 있다고, 지금 자신의 모습은 진짜 아니라고. 피하지 말고 새롭게 도전하라던 그 말이 나를 현실과 싸우게 했다.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생각만으로도 그 현실을 '견딜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그 현실보다 더 나.. 2012. 3. 19.
자아분열의 때 1. 얼마 전 만난 박후배. 고단한 서울살이와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전에 갔던 고로케집이 생각났다. 무진장 춥던 날, 그 집 찾겠다고 서울바닥을 얼마나 걸었던가. 기어코 찾아서 고로케 두개 시켜놓고 한참 수다를 떨었었다. 그 때도 우리는 고단했던 것 같다. 고단한 생활에서도 우리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놓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면 소설을 쓰기라도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는 헛헛한 욕망을 서로에게 고백해댔던 것 같다. 얼마 전 만났을 때도 우리는 그랬다. 쓰고 싶다고. 그리고 생각했다. 어쩌다 이런 욕망을 갖게 되었는지. 도피로 시작된 글쓰기가 삶이 되어 이제는 버리지도 못하게 된 현실을 공유하면서 또 무작정 쓰고 싶다고 말해버렸다. 지난 소설들을 다시 보며 나는 사실 좌절했다. .. 2012. 3. 2.
잡담 산 같은 고요함 : 장일순 선생이 하신 말이란다. 듣기만해도 얼마나 가슴 뛰는 말인지. 들뜬 마음으로 2012년을 지나온 것이 벌써 두달이 다 되어간다. 일상에서 그 들뜬 마음을 고요히 하라고 가차없는 반격이 들어오고 있다. 나를 깨우고 무너뜨리는 것은 작은 실수들이었다. 작은 실수에 또 다시 흔들리는 것을 보니 내가 아직 살아있는 모양이다. 오늘도 부딪치게 되는 나의 실수와 오류들. 무척 무섭고 쓸쓸한 일이다. 다 괜찮다고 소리치거나 무심히 넘기기보다는 더 큰 마음으로 그 실수들이 준 감정을 뛰어넘어야 한다. 다 겪어내고, 다 아프고 나서 성큼 일어나야지. 어쩔 수 없는 외로움 : 외롭다.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외로움은 밀려든다. 알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외로움. 영혼의 어느 구석이 비어있는지 그.. 2012. 2. 9.
그대, 늘 기다리고 있었어요. '지금'을 함께 걸어가는 힘이 되어주세요. 2012. 1. 30.
아주 먼 하늘에 떠 있는 한 조각 빛을 보면서 어딘가에 있을 그대를 생각했었다. 언젠가는 내 손에 닿길 바라며. 마음이 어두워질 무렵 내 마음에 빛이 닿았다. 내 마음은 여전히 어둡지만 빛은 서서히, 마음에 자리를 만들어간다. 고맙다, 그대. 2012. 1. 26.
나쁜 꿈 분명히 내 방이었다. 방바닥에 먼지와 머리카락, 쓸모없는 영수증이 수북했다. 치워야겠다고 생각하는데 한쪽 구석에서 검고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슬그머니 기어나왔다. 곧 죽을 모습이었다. 털은 더럽고 거칠었다.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들고 있던 무엇인가로 고양이 머리를 내려쳤다. 피했다. 두번이나 피하고는 내 주변을 맴돌았다. 그 눈빛이, 곧 죽을 모양인 그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무서웠다. 죽였어야 했다. 머리를 내리쳐서 없애버려야 했다. 그래서 그 먼지들과 함께 내 방을 깨끗이 치웠어야 했는데 결국 꿈에서 깨버렸다. 깨어나니 심장이 쿵쾅대고 뛰고있었다. 새벽 3시. 울음이 올라왔다. 고양이 머리를 내리치려던 잔인함이 아직 손끝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나를 노려볼 때 느껴졌던 공포가 아직도.. 2012. 1. 18.
사람의 온기 1. 사람의 손은 맞잡으면 따뜻하다. 놓고 싶지 않은 것도 그 따뜻함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놓아버렸을 때 마음에 텅빈 우물이 생긴 것 같은 기분도 그 따뜻함 때문이다. 그 때문에 손 잡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주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것을 잃고 싶지 않은데 잃게 되는 일을 분명히 겪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랫동안 두려움에 빠져있었다. 그랬다. 2. 이성으로 판단할 수 없는 신기하고 묘한 감정. 수없이 되새기며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 그런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일은 여전히 있다. 마치 몰랐던 것처럼 느껴지지만 알고 있었다. 다만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그래서 너무 아득하고 먼 일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그 아득한 시간의 강을 단번에 넘어서게 만든 것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 2012. 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