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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134

미디어 2.0 시대의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바로 인터넷을 통해 느낄 수 있다. 미니홈피로 소통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왠만해서 미니홈피는 잘 들어가지 않는다. 미니홈피가 자기 멋대로 메뉴를 자체생산하고 사용자의 허락없이 정보를 바꾸는 것이 허다해, 쓰는 나도 맘에 들지 않기는 했었다. 그래서 옮긴 것이 블로그다. 블로그는 대세다.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법 중 대세라는 말이다. 나 같은 컴맹조차도 블로그를 만들지 않은가. 작년 한 해 아무도 찾지 않는 우리 단체 홈페이지를 관리하면서, 우리의 의제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 책에 대해 듣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더 많은 고민에 휩싸인다. 이제 홈페이지, 즉 시민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더 고민하지 않으면 시.. 2009. 2. 16.
거미여인의키스 감옥에 갇힌 두 죄수의 대화형식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한 사람이 들려주는 표범여인에 관한 영화이야기로 시작한다. 고속버스 안에서 그 영화이야기를 읽는데, 밤이어서 그랬나 조금 섬짓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 뒤로는 내 방에서 읽는데, 표지도 무서웠는데 내용도 무서워 책을 한 번 던져버리기도 했다. 읽다가보면 이것들이 남자는 분명한데 이름은 여자니까 감정이입도 안되고, 누가 누구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기도 해서.... 결국은 읽기 힘들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주석에는 동성애에 관한 정신분석학적 설명(?)이 꽤 길게 들어가 있었는데, 나중에는 다 무시하고 넘어갔다. 결국에는 몰리나가 처음부터 정치범인 발렌틴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지만 사랑하게 된다는 설정은, 내게는 억지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대사 속에 숨.. 2008. 12. 3.
직접행동 올해 초 시작된 촛불광장을 겪고 나서 활동가들끼리 학습한 책이다. 학습에 관한 우여곡절이 많긴 했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읽었기에 보람은 있었다. 책 내용이 그리 재미있지 않아서 고생을 하긴 했지만 2008년에 우리가 보고 겪었던 일들을 상징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단어 '직접행동'에 대해 알게 해 준, 두꺼운 책이었다. 촛불광장에서 우리가 싸운 적은 이명박은 아닐 것이다. 이명박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즉 자본주의 일 것 이다. 이 싸움은 이제 광장에서 물러나 일상으로 돌아갔다. 일상에서 우리는, 아니 나는 얼마나 자본주의라는 거인에 대항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말했던 '우리 안의 이명박'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촛불광장에서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던 의문, .. 2008. 12. 3.
시계태엽오렌지 처음 시계태엽오렌지를 받았을 때, 표지가 너무 맘에 안들었다. 무서운 그림, 너무 싫었다. 거미여인의 키스 표지그림도 이에 못지 않았는데. 각설하고, 표지야 어쨌든 근래들어 재미나게 읽은 소설 중 하나다. 알렉스라는 아이가 폭력의 청소년기를 지나 사회가 원하는 궤도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지루하지 않았다. 처음에 묘사되는 폭력적인 장면은 읽으면서도 무서웠지만, 더 무서운 것은 알렉스가 교도소에서 폭력을 제어하는 치료(요법)을 받은 후였다. 자기 의지를 제어하도록 만드는 그 요법은, 알렉스가 폭력적인 인간이니까 바람직한 요법이라는 묘한 설득력을 갖지만, 사실 인간의지를 타인이 제어한다는 사실 자체로 본다면 무시무시한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폭력'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알렉스의 폭력이 옳다고.. 2008. 12. 3.
광휘의 속삭임 학교 다닐 때 시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소설쓰기가 좋았던 내게 시는 너무 절제된 언어들의 집합이었고, 뭔가 표출되지 못한 억압된 단어가 모여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를 접하게 되도록 만든 물꼬는 아마 장정일이었던 것 같다. 소설도 쓰고 희곡도 쓰는 그의 시는 솔직히 절제의 미는 없었지만, 정확하게 던지는 공처럼 마음에 저장되었다. 그 이후로는 장석남, 아, 정말 장석남 시는 좋다. 그 이후는 이시영, 그 이후 고은, 그 이후 문태준, 그 이후 바로 정현종이다. 김혜순의 시도 좋아하지만 왠지 여성의 시는, 마치 가슴 앞에 칼을 들이대고 보는 것처럼 날카로와서 쉽게 다가서지 못하겠다. 시를 마주할 때 나는 그 때 나의 마음과 시의 마음이 닿을 때 좋다고 느낀다. 이번 정현종 시집에도 나의 마음에.. 2008. 11. 3.
비노바 바베 인도여행을 하면서 기차나 비행기에서 틈틈히 읽었다. 비노바 바베는 인도의 위대한 정신적 지도자이자 사회개혁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간디라인(?)에 속해있다. 인도 독립 이후 '부단 운동(토지헌납운동)'을 시작하여 20여년 동안 인도 전역을 걸어다니며 지주들을 만났고 가난한 이웃을 위해 땅을 내어주도록 설득하였다. 그 결과 스코틀랜드만 한 거대한 토지를 헌납받아 가난한 이웃과 함께 살아갔다. 인도땅을 다니면서 그에게 감명받은 일은 그가 '청결함'을 추구하면서 직접 똥을 퍼 나르고 청소를 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그가 추구한 전부는 아니지만, 나에게는 그 사실이 참 인상깊었다. 그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알고 직접 실천하는 '사회개혁가'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그에 비한다면 나는 얼마나 게으르고 사치스러운지... 2008. 9. 5.
클래식 아는만큼 들린다 매일 밤 기절하기 직전에 읽어댔던터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대충 알았던 개념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교향곡이나 협주곡 등 대충 그러려니 넘어갔던 것들과 익숙하지만 뭐하는 사람들인지 몰랐던 이들도 알게 되었다. 클래식이라는 것이 단순히 있는 것들이 향유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주 접하고 보니 있는 것들이 아니라 없는 것들이야말로 들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중가요나 민중가요도 좋아하지만 클래식이 주는 감성은 가수가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작곡자가 전하는 감성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다시 곱씹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이 각박한 시대, 각박한 상황을 사는 이들의 외로운 밤에는 고요한 위로가 필요하기 때문일까. 지금은 단순히 닥치는대로 듣고 익히는 과정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내 감성에 맞는 음악을 찾.. 2008. 6. 17.
영혼의 친구, 부부 4월 한달동안 새벽기도를 하는 동안 매일밤 조금씩 읽어나갔다. 스물 두 살, 처음 연애했을 때 사서 읽은 후로 두번째 펴게 되었다. 그 때 남겼던 메모들에서 작은 열정들이 보이기도 한다. 결혼생활에서 현실을 이야기 할 때, 나는 흔히 혼수나 시댁과의 관계 등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시 펴면서 그런 것은 첫번째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의 결혼에서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하나가 아닌 두 사람이 함께, 어떻게 하나님과 만나고 교제할 것인가였다. 그리고 그것이 의외로 많은 준비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도. 늘 배우자에 대한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었는데, 4월 한 달동안 꽤 깊게 이 문제에 대해 기도할 수 있었다. 문제는 배우자가 아니라 배우자가 될 나 자신이었다. 문제.. 2008. 5. 20.
핸드폰 선미랑 앉아서 그런 얘기를 했다. 이 작품을 우리나라 사람이 썼으면 어땠을까? 싸늘한 선미양, "별 볼 일 없었겠다"라고 얘기했다. 나도 동감했다. 중국사람이 써서 더 드러나보이는 걸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약간 야단법석한 중국말이 떠오른다. 주인공인 옌셔우이가 토크쇼 진행자가 되고 주변의 복잡한 여자관계와 사람들이 드러나면서 '말'을 전달하는 너무 가까워 숨이 막히는, '핸드폰'이라는 매개체가 삶을 종속하는 모습과 말이 가진 능력(?)을 꽤 재미나게 풀어낸 소설이다. 약간 가볍다 싶었는데 읽어갈 수록 절대 가볍지 않은 맛이 있다. 따지고 보면 나도 핸드폰으로 얼마나 많은 장난을 치고 사는지. 거짓말은 기본이고 사람을 선별하고, 스팸처리 해 버리는 것은 일상다반사 아닌가. 없애지도 못하고, 있으면 비겁해.. 2008.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