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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134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소통모임에서 함께 읽은 소설. 오랫만에 가볍고 심심한 마음으로 읽은 일본소설이다. 그냥저냥 읽을만 했다. 이런 가벼운 추리물 형식은 처음이어서 그랬나 재미있었는데, 우리 박후배는 얼마나 재미가 없었나 혹평을. 가공의 도시 하자키를 무대로 한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 중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에 이은 두 번째 작품으로, 지독하게도 운 나쁜 아이자와 마코토가 우연히 로맨스소설 전문 헌책방 어제일리어에서 일하게 되면서 겪는 미스터리와 로맨스를 유쾌하게 다룬 소설이다. 일상 미스터리라는 것이 미스터리의 무슨 장르인가? 참, 말은 만들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흐흣. 로맨스소설만 취급하는 헌책방이라는 컨셉이 참 좋았는데 살인사건과 잘 버무리지 못해 뒤로 갈 수록 흥미가 뚝뚝 떨어졌다. 사건의 결론도.. 2010. 11. 13.
교회속의 세상, 세상속의 교회 나는 교회를 다닌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20년이 되어간다. 세상에는 나같은 사람들이 많다. 오랫동안 교회를 다녔으며, 자신이 그래도 괜찮은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하면서 나는 왠지 부끄러운 날이 많아졌다. 내가 가진 신앙과 내 생활, 내 사고방식이 균형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장이 달랐다, 매번. 이래도 되는걸까? 사회문제에도, 동성애도, 교회에 대해서도 매번 다른 입장, 내 모습을 보면서 어딘가 가렵기 짝이 없었다. 그 가려운 곳을 벅벅 긁어준 것이 이 책이다. 가렵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잠시는 시원한 느낌이랄까. 가장 열심히 읽었던 것은 단연 동성애에 대한 부분이었다. 나는 참 오랫동안 동성애가 죄다, 정신병이다 라는 말을 들어왔지만 어쩐지 고.. 2010. 11. 13.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 고뇌의 레바논과 희망의 헤즈볼라 2002년부터 돌아다닌 여행길의 80%는 모두 중동이었다. 이스라엘, 이집트, 요르단, 터키, 레바논과 시리아. 중동이 나를 강하게 이끈 이유는 아주 명백하다. 내 첫 여행지가 이스라엘이었기 때문이다. 예루살렘 시내에서 내가 빈번하게 본 것은 총을 든 군인, 외국인이면 어딜가든 받아야 했던 몸수색,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발로 차이던 팔레스테인 사람들, 올드시티와 크리스마스에 본 어둡고 무서웠던 베들레헴. 그 아름다운 나라에 정없는 유대인들을 만나며 겪었던 기억과 아랍인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이 나를 잡아끄는 게 분명했다. 다시 떠난 아랍국가 요르단으로의 여행, 뜻하지 않은 레바논 여행. 레바논을 여행한 후, 친구 새봄이가 추천해주어 여행내내 읽었던 책이다. 헤즈볼라를 알카에다와 비슷한 테러집단으로 보았던 내.. 2010. 8. 21.
눈뜬자들의 도시 이후의 이야기. 눈뜬 채로 눈이 하얗게 멀어버리는 병이 도시에 퍼질 때, 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권력자들. 어느덧 4년 후 선거일, 수도의 정치를 평가하는 지방선거에서 유권자 중 83퍼센트가 백지투표를 던지는 일이 벌어진다. 눈 먼 도시에서 침묵했던 권력자들이 눈을 뜬 이후에 말을 시작한다. 그들에게는 왜 백지투표를 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도시를 탈출하고, 도시 밖에서 배후자를 지목하여 살해하는 것으로 그들만의 진실을 밝힌다. 아, 이건 뭐랄까 촛불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배후는 누구냐고 했던 그 대목이 떠오른다. 왜는 중요하지 않고, 어떻게 된 것이고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배후자는 눈 먼자들의 도시에서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았고, 도덕성.. 2010. 8. 21.
덕시티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나라 덕 시티에서 체지방은 공공의 적이다. 대대적으로 체지방과의 전쟁이 선포된 후, 사람들은 매일 아침 체지방량을 측정당하고 감시받는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대통령과 손잡은 대기업이 기름 범벅 음식들을 멀쩡하게 판매하고 있다. 디스토피아를 무척 담담한 문체로 그려낸 이 작품은 그저 담담하게 읽어나갈 수 없게 만드는 데가 있다. 육체와 식욕의 연결, 거대기업과 그 속에서 희생당하는 개인, 국가의 존재 등은 지금 내가 사는 시기에는 충격적이랄 것도 없이 그대로 보여지는 현실이었다. 이 사회는 '당신은 왜 뚱뚱한가'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진다. 연애인을 통해, 각종 다이어트 선전과 성형, 사회적 관념까지 동원한다. 결국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개인의 문제일까? .. 2010. 6. 22.
주제 사라마구 별세 처음 를 읽고 며칠을 흥분했던 적이 있다. 문장은 물론이고, 스토리 설정과 플롯, 마지막 반전까지. 소설을 공부하던 나에게는 정말이지, 환상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최고의 작품은 아직도 이다. 그 어느 작가의 글도 이 소설만큼 내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 그의 죽음이 안타깝다.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면!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눈 먼 자들의 도시’ 사라마구 영원히 잠들다 ㆍ포르투갈어권 첫 노벨문학상 작가 포르투갈어권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주제 사라마구가 18일 타계했다. 향년 87세. AP·AFP통신에 따르면 주제 사라마구 재단은 이날 사라마구가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란사로테섬의 자택에서 지병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거침없는 직설과 공산주의에 대한.. 2010. 6. 19.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표지에 속고 시점에 속았다. 표지는 무슨 연애소설 같으나, 완전 연애소설은 아니고 노인문제에 대한 짧은 이야기? 사기홍보단에 속은 한 여인과 그 뒤를 쫓던 사설탐정노인의 운명같은 사랑이라고나 할까. 문체가 선연하게 와닿지 않아서 읽기 힘들고 시점도 헷갈렸지만, 재미나게 읽어볼만한 책이긴 했다. 그 이상은 없다. 노인문제에 대해 말한 것 같지만 깊이는 없다. 그냥 소재로 차용한 수준인 것 같다. 얼마전 시사인에서 노인사기홍보단에 대한 내용을 읽었는데, 보기보다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할머니나 엄마, 아빠가 저렇게 되지 않을까 겁도 나고. 인생의 마지막, 외로운 길 마저도 천천히 걷지 못하게 하는 방해꾼들,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세상의 인정머리가 못되고 못됐다. 별은 ★★☆☆☆ 2010. 3. 25.
기독교는 오늘을 위한 것 홍성사에서 근무하는 오뱀이 보내준 책 5권 중 1권. 읽고 평을 써달라고 했는데 이제 한 권 읽었다. 대천덕 신부님 생전의 설교들이 담겨져있다. 나에게 도전을 주는 -특히 운동하는 입장에서의- 글이 많았지만 오랫동안 기독교에 몸담은 사람임을 알려주는 보수적(?)인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기독교가, 그리고 예수의 삶이 결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끊임없이 말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소위 '교회 다니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만일 그리스도께서 단순히 피안의 세계에 대해서만 설교하셨다면 대제사장과 바리새인이 그리스도를 박해하지 않았을 것" "우리의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하나님 나라는 이 땅에서 실현되어야 할 정의와 해방의 나라이며, 모든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속한 사회안에서 .. 2010. 3. 25.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폭설로 거리가 눈밭이 되고, 사람들이 춤추듯 조심스럽게 거리를 걷던 12월의 어느 날에 이 책을 집어들었다. 소설 속 배경이 그린란드와 북극해를 중심으로 펼쳐져서일까, 눈에 파묻히듯 이야기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었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눈 쌓인 옥상에서 추락한 한 아이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코펜하겐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어린 소년이 추락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은 단순한 실족사로 처리하지만, 같은 아파트 건물에 사는 스밀라 야스페르센은 소년이 눈 위에 남긴 발자국을 보고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스밀라는 죽은 소년의 집에서 발견해낸 편지와 아이가 남긴 녹음 테이프 등의 단서, 빙하학을 공부하면서 익힌 눈에 대한 지식으로 죽은 소년 이사야를 둘러싼.. 2010.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