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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134

사랑 산도르 마라이를 접한 것은 어느 작가의 트윗에서 였다. 남겨지는 문장들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서 품절된 책을 백방으로 구해 얻었다. 솔직히, 절대로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다. 박상륭씨의 소설 이후로 이렇게 공들여 읽은 소설은 또 처음인 것 같다. 산도르 마라이의 사랑은 베니스의 감옥에서 막 빠져나온 카사노바 '쟈코모'가 볼자노에 망명을 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한편 지금의 아내 '프란체스카'를 놓고 한때 쟈코모와 팽팽하게 대립했던 늙은 백작 '파름므'는 그를 찾아와, 아직까지도 쟈코모를 잊지 못하는 자신의 젊은 아내 '프란체스카'를 납치해 하룻밤 지내달라고 한다. 스쳐갈 사랑으로 인한 마음을 돌이켜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백작 자신과 가정에 충실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이 소설은 파름므 백작이.. 2011. 5. 12.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전우익 선생의 말은 어렵지 않지만 어렵다. 이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무심히 내뱉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을 툭툭 내뱉는다. 그래서 어렵다. 나이가 들면서 삶을 어중간한 태도로 사는 것보다 어떤 확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것은 편견이나 편협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자기 생각을 다듬어가면서 생기는 자신감이자 주체성이다. 그래서 전우익 선생이 좋다. 옳게 '그 길'을 손가락으로 딱 가리킨다. 봉화에 사는 전우익 선생이 서울로 띄우는 편지로 구성된 이 책은 그의 농사짓는 이야기와 세상 흐름에 대한 이야기가 담백하게 담겨있다. 특히 주요하게 말하는 노신의 이야기는 그가 생각하는 '민중'에 대한 생각을 잘 드러내준다. 그는 '우리가 얼마나 자립한 개인으로 서 있는지'에 대한 .. 2011. 5. 11.
오늘의 세계분쟁 전쟁의 첫 희생자는 진실이라는 말로 시작되는 서문. 전에 읽었던 이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미국까지 오늘날의 분쟁지역이야기를 세계정세를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책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이란, 이라크를 비롯하여 발칸반도의 보시니아, 코소보, 쿠바나 동티모르, 미국까지 15개국의 분쟁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전에나 지금이나 나를 찌푸리게 하는 것은 시에라리온의 도끼 내전. 쿠바의 관타나모 이야기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과 맞물려 또 새롭게 접할 수 있었다. 아름답다고만 알려져 있는 보스니아 내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분쟁의 주역, 미국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의 오만한 제국주의는 결국 숫한 민.. 2011. 4. 13.
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그저께, 리영희 선생 대담집 의 마지막장을 덮었다. 2주의 시간을 잡고 한 꼭지씩 곱씹으며 읽었다. 원래 자서전류의 책에는 약한 편인데, 이 대담집은 어른의 옛날 이야기를 듣듯 아련하게 읽었다. 그리고 그의 삶에서 역사를 다시 생각하고, 글쓰기의 매력과 고통을 알았고, 이성의 힘에 대해 깨닫는다. 글을 쓰는 나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것에서 그친다.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 없고 이웃과 나누어야 하는 까닭에, 그것을 위해서는 글을 써야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릎써야 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영원히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 괴로움없이 인간의 해방과 행복, 사회의 진보와 영광은 있을 수 없다 .. 2011. 3. 17.
메롱메롱은주 시집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단연 돋보이는 제목. 외우기도 쉽고, 이 사람이 시를 장난으로 썼나하는 생각도 들어 집어들게 만드니, 일단 제목은 성공하신 것 같다. 는 빈 자취방에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와 만나 피식 웃음 짓게 하는 시였다. 왠지 이 시를 쓰던 시인의 처지와 거실에 돌아가는 냉장고 소리를 들으면서 이 시집을 읽는 내 처지가 일치하는 듯해 우습기도 하고 은주라는 이름이 '메롱메롱 은영'으로 읽혀서 슬프기도 하고. 기형도의 처럼, 이 시도 자꾸 읽어봐야 뭔가 잡힐 듯 잡힐 것 같은 시였다. 단 6자 이지만, 서술식으로 길게 늘어진 제목보다 호기심과 의미가 많이 담긴 제목이다. 가끔 과선배들의 졸업작품을 읽어볼 때가 있다. 게 중에는 정말 안정적인 글빨을 지닌 선배들이 있다. 그건 뭐랄까, 올곧게.. 2011. 2. 27.
과식의 종말 끊임없이 먹는 자신에 대해서 분노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뭔가 먹을 때 집착스럽게 먹는 대상에만 집중했다가 깨어나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볼만 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먹는 일에 집착'하게 되는 사람들은 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기가 통제되지 않는 느낌에 분노하고 또 먹고 후회하고 또 분노하고 먹고. 이 사이클을 반복하면서 점차 자신에 대해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렇게 먹는 일에 집착하며 과식하게 되는 것을 맛있는 것에 숨겨진 공식, 소금-지방-설탕의 고리와 보상심리로 설명한다. 한 번 맛본 강렬한 맛있는 맛에 빠지면 또 먹고 싶게 되고, 먹지 말자 생각하면서 참다가 결국 또 먹으면 더 많이 먹게 되는 보상심리 그리고 맛의 비밀 소금-설탕-지방. 그리.. 2011. 2. 27.
스님의 주례사 그를 사랑하면서 나는 행복한가 서현이 생일에 선물해 준 책이었는데, 어제 문득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서너시간 푹 빠져서 읽었다. 법륜스님의 강의가 그렇게 인기라는데, 왜 인줄 단번에 알았다. 직설이 그 매력이었다. 돌리는 의미나 말이 없다. 그냥 바로 말한다. 속이 시원하다. 모두 네 탓이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건 네가 욕심이 많아서다. 그러니 너를 바꿔라. 상대방 바꾸려다가 네가 나자빠진다. 혼자 감탄을 연발하며, 웃어가며. 결혼에 대한 쿨한 결론은 여기에 다 있는 것 같다. 결혼이 사랑이 아닌 이해관계이며, 덕볼려고 결혼하니 성격차이도 나오는 것이다, 너부터 잘해라 까지. 머리에 찬물을 확확 끼얹는 말들 가득. 그러다 마지막에 저 위, 저 질문에 도달했다. 갑자기 모든 것이 가벼워졌다. 무겁던.. 2011. 2. 14.
육식이야기 매혹 (魅惑) : 남의 마음을 사로잡아 호림 육식이야기에 실린 단편들의 일관된 주제는 '이성이 용납하지 않는 매혹에 대한 탐구'라고 생각했다. 를 비롯해서 는 매혹에 도취된 상태의 이야기들이 끈적하게 펼쳐진다. 오직 상상력으로 매혹에 대한 여러가지 시각을 드러냈다. 이성의 칼날이 있다면 아마 어디다 꽂아야 할지 당황스러울 정도로, 툭툭 던져지는 이야기들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시선은 주로 이성적이다. 그리고 그 이성은 매혹당하거나 용납한다. 자아와 자아의 분열에 대해서도 인상적이다. 나 의 경우가 그렇다. 한 영혼이 두 개의 자아를 낳고, 두 개의 자아는 두 개의 영혼으로 나뉜다. 매혹은 믿음이다. 확실하게, 이성으로 매혹을 판단할 수 없다. 그대로 즐기는, 자기를 향한 온전한 집중이다. 최소한의 도덕.. 2011. 2. 14.
신을 모르는 시대의 하나님 사실 를 읽다가 허걱하고 덮은 적이 있어서, 읽으면서 조금 겁이 났는데 역시나. 사도신경을 철학과 맞물려 풀어낸 이 책은, 강영안 교수가 실제 교회에서 강의를 했던 내용을 묶어낸 책이다. 교회에서 이런 수준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 총 5강으로 구성되었고, 무신론과 페미니즘(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문제), 고통의 문제, 창조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우리는 이러저러한 주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그 답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오랫동안 피해왔던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대답해 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특히 요즘처럼 신앙을 가졌다는 것이 상처가 될 수 있는 경우에는 더욱. 바른 신앙을 갖고자 노력해온 이들에 .. 2011.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