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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134

정의와 평화가 입맞출 때까지 나를 사로잡았던 말은 바로 이거였다. "하나님, 굶주리는 자들에게는 빵을 주시고 빵을 가진 우리에게는 정의에 대한 굶주림을 주소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삶을 소비로 평가하게 만드는 세상에서 정의에 대해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이 시대는 빵을 추구하는 시대이다. 더 많은 빵을 얻기 위해, 빵이 없는 자들을 밟아버리기도 한다. 그것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거나 합리화 되는 시대인 것이다. 이 책에서 찾은 보물은 "자기가 몸담은 사회 질서의 개혁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름을 받은 제자들의 사명 가운데 하나다"라는 부분이다. 신앙에 덧붙여진 어떤 것이 아니라 기독교 영성에서 당연히 흘러나오는 것이라 말한다. 이 책은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자신을 현대 사회 질서에 끼워넣어야 하는 가, 어떤 방.. 2007. 10. 11.
내가 만난 인도인 5.18아카데미를 앞두고 읽은 책. 사람을 만나고 싶은 욕심이 많은 터라, 인도면적이나 이런 것 보다는 인도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가 궁금했다. 특히 인도여성들의 삶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데, 접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종교가 삶의 형태와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우리가 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주의해야 할 것은 내가 인도인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는 시선인 것 같다. 내가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못사니까 나보다 못하다는 천박한 의식으로 인도를 대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문화는 이해하고 받아들일 뿐, 판단할 수는 없다. 우리와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니까. 모쪼록 이론으로 습득한 지식을 현장에서 이해하고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책 .. 2007. 9. 2.
너무 더운 지구 요즘 같은 날씨에 확 와닿는 제목이다.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해서 책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책에는 미국가족이 생활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각 생활패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목조목 따져보고 있다. 미국 가족의 생활이라고는 하지만 현재 한국가족의 삶과 크게 다른 부분이 없어 뜯어가며 읽어볼만 했다. 특히 내 삶의 유일한 낙인 '인터넷으로 책 시켜보기'를 통해 나 또한 온실가스 유발에 한 몫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정말 별 생각없이 책을 샀던 것 같다. 쓰레기 줄이기 부분도 얼마나 할 말이 없던지! 내 생활에서 만들어내는 온실가스, 그것부터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 주었다. 부끄럽고, 부끄러운 일이다. 환경운동을 한다는 나는, 좀 더 몸을 움직여 좀 더 좋은 방법을 .. 2007. 8. 19.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 요즘 하도 인문서들을 읽어대서 머리가 복잡한 중에 제목이 괜찮고, 김규항님이 좋대서 구입한 시집. 내가 배우던 시와는 많이 다른 시집이었다. 신문기사로도 시가 될 수 있나 싶었는데, 찬찬히 읽어볼 수록 왠지 나랑 성향이 맞았다고나 할까? 흐흣. 평화에 대한 시인의 마음을 잘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평화'라는 시는, 소박해보이지만 가장 감성적으로 평화에 대해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감수성 또한 풍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가 가진 매력은 사람 마음의 가장 미세한 감수성을 일깨울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내가 만약 바람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미풍이 되어 저 아기다람쥐의 졸리운 낮잠을 깨우지 않으리 - '평화' 전문 2007. 8. 11.
순전한 기독교 요점은 그거다. 기본. 본질타령을 죽도록 하지만, 기본이 되지 않으면 본질타령 해 봤자다. 기도하지 않으면서 기도의 본질을 말할 수는 없는 일. 그 기본에 대해 비기독교인이 납득할 수 있도록 행동하거나 설명할 수 없다면 나는 무능력한 기독교인일 수 밖에 없다. 내 신앙은 진보하고 있는가에 대한 강한 질문을 남겨주었다. 그것은 그리스도를 믿는 내가 과연 변화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기도 했다. 그리스도를 전적으로 의뢰하는 것, 하나님이 나에게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해 주신다는 것을 의뢰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게 해 주었다. 결국 인간이 할 수 있는 어떤 행위도, 업적도, 결과도 이 고민에 닿게 되고 삶의 세세한 부분에서 고민의 해결점을 찾는 것이 아닐까? 다양한 인간의 삶이지만 결국 한 가지 .. 2007. 7. 13.
나락 한알 속의 우주 녹색평론을 접하면서 도대체 장일순 선생이 누구시길래, 라는 질문을 많이 했었다. 실은 도대체 뭘 했길래라고 해야 맞는다. 뭔가 대단한 사상이나 행동을 해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책. 겸손함과 따뜻함, 생명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 찬 장일순 선생의 내면이 바로 영향력이었다. 뭔가 큰 업적을 가지고 있다거나 어려운 사상을 펼쳐서가 아니었다. 뭔가를 이루지 못하고, 해내지 못해서 열등감에 사로잡히고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나에게 장일순 선생은 따뜻하게 말을 건네시는 것 같다. "너 답게, 사랑하면서 살아라." 2007. 6. 13.
남한산성 제목을 보고 몹시 남성적인 전투장면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루는 소설이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다. 그렇다고 해도 김훈 소설이니까 한 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서도. 소설은 전투가 주가 아니라 인조와 그 신하들이 남한산성에 갇혀(?)있으면서 있었던 갈등과 아픔등을 세밀하고 느리게 그려냈다. 사실은 읽다가 자꾸 지루해져서 정신을 놓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김훈 소설의 맛은 이 아저씨가 풀어놓는 문장과 세밀하게 가슴을 찌르는 의미에 있다. 정말 저 사람들이 어떻게 될려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임금과 신하들의 갈등이 이해가 될 정도 말이다. 인조는 처음부터 청에게 고개를 숙였던 것이 옳았을까, 끝까지 조선왕실의 고개를 꼿꼿이 세웠던 것이 옳았을까? 처음엔 당연히 백성들을 위해 니 고개를 꺾.. 2007. 4. 29.
인간실격 인간의 나약함이 무척 구체적으로 쓰여진 책이다. 읽는 동안 작가인 다자이 씨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한없는 자기비하와 그에 걸맞는 행동들이 이 사람, 참 약하다며 혀를 차며 읽었지만 그 모습은 결국 나에게도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자신이 나약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을 숨기고 강한척 살아가려고 하는 모습과 자기가 나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저 살아가는 모습이 '고통'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강한 척이 아니라, 비교의식일지도 모른다. 내가 너보다 낫다는 의식이 아니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사람은 나약한지 모른다. 그런 의식도, 그런 생각도 결국은 거짓 내지는 가식일 뿐이다. 산다는 것은 다 같은 걸음이 아닐까. 내 마음에 불끈불끈 솟아나는 화, 후.. 2007. 2. 19.
컬처코드 재미나게 읽었다. 미국에 대한 프랑스 심리학자의 심도깊은 분석, 잘 읽히는 문장 덕에 좋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미국문화는 늘 접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구조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일이 없었다. 미국하면 늘 자본주의, 거대한 국가, 불안정함 등 단편적인 부분만을 떠올렸었는데 코드를 읽고 나니 그 근원을 버티는 힘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직 다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책의 내용을 곱씹어보면서 미국을 다시 바라보는 작업도 필요할 것 같다. 미국의 경우만 나와 있어서 아쉽긴 했지만 우리나라의 문화적 코드 또한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보면 재밌겠다 싶었다. 문화는 역시 그 민족과 국가를 나타내는 파편이다. 그 파편이 모여 정체성 내지는 방향을 만들어내니까. 이제 정치나 사상보다는 문화를 점령하는 쪽이 진정한 지배.. 2007. 2. 13.